부부창업, 역할분담 ‘척척’ 매출 ‘쑥쑥’

  • 입력 2004년 4월 2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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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과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각각 따 창업에 나선 김정호 이은주씨 부부. 사진제공 FC창업코리아
일식과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각각 따 창업에 나선 김정호 이은주씨 부부. 사진제공 FC창업코리아
기업의 구조조정이 일상화되면서 30대 창업이 늘고 있다. 특히 30대를 중심으로 부부 창업도 많아지고 있다. 30대 여성의 경우 사회활동에 대한 욕구가 강하고 인건비 절감이라는 실리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FC창업코리아 강병오 대표는 “부부 창업을 하면 이전에 직장생활을 하지 않았던 여성이 새 일자리를 갖는 효과가 있다”며 “부부 창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장점을 살린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역할 분담으로 호흡 맞춘 부부=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중앙로에서 인도치킨 전문점 ‘바라타 탄두리치킨’(www.tandoorichicken.co.kr)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병억(39) 정현옥씨(38) 부부는 역할을 명확하게 분담해 부부 창업의 이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

이들 부부가 함께 창업한 것은 지난해 남편이 회사에서 명예퇴직한 뒤 수입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남편 최씨가 13년간 다니던 건설회사를 그만두자 전업주부였던 아내 정씨는 과감하게 창업을 제의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개업했다. 창업 초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점포 운영에 대한 경험이 없는데다 부부가 함께 일한다는 것이 말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청소 같은 사소한 문제로 말다툼을 하는 등 손발이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업한 지 한 달 만에 조류독감 파동까지 만났다.

“퇴직에다 창업까지 실패하면 두 번 죽는다는 위기감이 들었어요. 무조건 살아남아야겠다는 절박함이 마음을 다잡게 하더군요.”

남편 최씨의 말이다.

이때부터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손발을 맞춰나갔다. 남편은 배달과 손님 접대, 아내는 주방을 맡았다. 최씨는 배달을 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를 했다. 정씨는 양념을 좀 더 맛있게 조리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 최근 하루 평균 5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즐겁게 일하고 있다. 이들 부부가 운영하는 탄두리치킨은 인도의 전통 숯화덕인 ‘탄두리’ 안에서 바비큐 방식으로 조리한 닭고기. 화덕에 굽기 때문에 기름이 적고 인도풍의 양념맛도 독특하다.

창업에는 점포 임차료를 포함해 총 6750만원이 들었다. 월평균 매출은 1500만원대, 이 가운데 재료비 500만원, 임차료 120만원, 인건비 60만원, 잡비 120만원 등을 제외한 순이익은 700만원 정도라고 소개했다. 매출의 절반 정도는 배달로 얻는다. 02-2252-8394

▽모두 요리사 자격증을 딴 부부=돈가스 우동 초밥 전문점 ‘코바코’(www.cobaco.com) 수원 정자점을 운영하는 김정호(36) 이은주씨(30) 부부는 젊을 때 기반을 잡기 위해 미리 계획한 대로 창업했다.

남편 김씨는 16년간 다니던 반도체회사를 그만뒀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져 회사 생활만으로는 안정된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02년 사표를 쓴 그는 아내에게 자신의 창업 계획을 설명했다. 아내 이씨는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남편을 선호하는 평범한 주부였지만 가족의 미래를 꼼꼼히 설계한 남편의 말을 믿고 적극 돕기로 했다.

부부는 사전준비를 철저히 했다. 일식집을 낼 요량으로 김씨는 학원에 등록해 일식조리사 양성코스를 마쳤다. 이어 6개월간 회전초밥 전문점에 취직해 설거지와 초밥, 튀김코너를 돌면서 현장체험도 했다.

아내 이씨도 학원에서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어떤 업종을 하든지 음식점은 밑반찬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갖가지 반찬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

이들이 말하는 부부 창업의 장점은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다는 것. 함께 출퇴근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깊어지고 직원 채용 문제로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이들 부부는 시간제 아르바이트생만 쓴다.

두 사람이 모두 요리사 자격증을 땄기 때문에 3개월 주기로 한번씩 주방과 손님 접대 업무를 번갈아 한다. 역할 바꾸기를 통해 점포를 좀 더 활력 있게 운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점포는 1만5000가구가 입주해 있는 아파트 단지의 상가에 있다. 월평균 매출은 1800만원 정도이고 재료비 600만원과 인건비 190만원, 임대료 170만원, 잡비 90만원을 제외한 순이익은 750만원 안팎이다.

창업에는 점포 임대보증금 4000만원과 가맹비 실내장식비 초도물품비 등 본사에 들어간 4020만원을 합쳐 모두 8650만원이 들었다. 신축 상가에 점포를 냈기 때문에 권리금은 없었다. 031-207-1318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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