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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5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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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대기업은 최근 사회봉사활동이나 기부금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많은 기업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 없이 그저 돈을 쓰면서 존경을 바라는 졸부(猝富)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전문가들이 가장 모범적인 사회공헌활동으로 꼽는 사례는 유한킴벌리의 숲 가꾸기 운동. 이 운동의 효과는 단시일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시작한 지 20년이 지난 현재 많은 소비자가 유한킴벌리 하면 숲 가꾸기 운동을 떠올린다. 각종 조사에서도 유한킴벌리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나 ‘가장 환경을 생각하는 회사’로 꼽힌다.
▽20년간 지속된 일관성=1984년 안식년 휴가를 받아 미국과 호주에서 연수하던 문국현 사장(당시 마케팅부장)은 회사에 돌아와 “회사 차원에서 숲 가꾸기 운동을 펼치자”고 제의해 승인을 얻었다.
“개발지상주의가 지배하던 한국 풍토에 젖어 있던 내게 선진국 기업의 환경투자는 깊은 인상을 줬다”는 것이 문 사장의 설명이다.
이후 유한킴벌리는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산림조합중앙회에 기금을 조성해 조림사업에 나섰다. 1997년 말 실직자가 대량으로 발생하자 정부에 건의해 3만여명이 5년간 국유림 조성사업에 참여했다.
유한킴벌리는 신혼부부와 여고생을 대상으로 나무심기와 숲 알기 프로그램을 20년간 전개했다. 주부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아야 사회가 변한다는 믿음으로 장기 프로그램을 계획한 것.
이 회사의 공헌활동은 시류에 편승하는 이벤트가 아니다.
1995년부터 흙먼지와 회색콘크리트 속에 둘러싸인 학교의 환경을 바꾸기 위해 시작한 ‘학교 숲 만들기 운동’은 학부모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현재 301개 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유한킴벌리의 노력으로 2200만평의 국유지와 공유지에 2100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졌다.
▽기부에만 그치지 않는다=유한킴벌리는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캠페인이 성공하도록 시민단체와 지자체, 전문가가 연대해서 일한다. 이 회사 이은욱 전무는 “기업이 어떻게 돈을 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 잘 알고, 프로그램 기획과 실행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북아지역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중국과 몽골에 나무를 심는 동북아 산림포럼(1998년), 북한의 조림사업을 돕는 평화의 숲(1999), 생태마을을 건설하는 생태산촌(2000), 서울의 녹지를 가꾸는 서울그린트러스트(2003) 등의 사업은 이 회사가 시민단체나 지자체와 연대해 전개해 온 캠페인이다.
유한킴벌리 사회공헌팀 최찬순 차장은 “사장이 각종 환경단체의 장을 맡고 있고 노조와 회사,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숲 가꾸기에 나서는 등 회사 자체가 또 하나의 환경시민단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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