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같은 어른’ 잡아라…키덜트 타깃 신제품 쏟아져

  • 입력 2004년 3월 30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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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으로 블록쌓고…‘아이 같은 어른’ 키덜트를 위한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대를 겨냥한 화장품 브랜드 ‘헤르시나 떼따떼뜨’를 내놓으면서 30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화장품 용기로 강아지, 집 등 각종 모형을 만드는 행사를 열었다. 이훈구기자
화장품으로 블록쌓고…
‘아이 같은 어른’ 키덜트를 위한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대를 겨냥한 화장품 브랜드 ‘헤르시나 떼따떼뜨’를 내놓으면서 30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화장품 용기로 강아지, 집 등 각종 모형을 만드는 행사를 열었다. 이훈구기자
《한 인터넷회사 부장 강억만씨(38)의 방은 로봇, 탱크, 전투기 등 조립식 장난감 ‘프라모델’로 가득 차 있다. 어린 시절부터 이 장난감을 모아온 그는 인터넷을 통해 구형 프라모델을 계속 사들이는 전형적 ‘키덜트족’. 올 들어서만 50개를 샀고 그가 가진 프라모델은 수백 개나 된다. “어릴 때는 2000∼3000원이었는데 요즘 2만∼3만원대지만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말.》

‘아이 같은 어른’을 위한 키덜트(Kidult)산업이 신장세다. 나이는 20, 30대이지만 10대의 취향을 가진 ‘구매력 있는 어린이’가 대상.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자극하는 ‘추억 상품’뿐만 아니라 아예 키덜트를 타깃으로 한 제품도 앞다퉈 나오고 있다.

LG생활건강은 30일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화장품으로 블록쌓기를 할 수 있는 ‘헤르시나 떼따떼뜨’ 발매행사를 열었다.

이 제품은 아이들 장난감 ‘레고’처럼 화장품끼리 연결시킬 수 있도록 용기가 만들어진 게 특징. 화장품으로 강아지, 집, 기차 등을 만들 수 있다. 또 색연필이나 물감 모양으로 나온 것도 있어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화장품을 바르게 돼 있다.

헤르시나 브랜드 매니저인 강세혁 과장은 “10대들의 장난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20대 이상 성인을 타깃으로 내놓은 것”이라며 “최근 화장품에 재미를 넣은 ‘펀 화장품’이 뜨는 것도 같은 추세”라고 말했다.

키덜트를 위한 외제 화장품은 이미 많이 들어와 있다.

서울 압구정동에 매장이 있는 이탈리아 ‘뿌빠’는 시계처럼 손목에 차거나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는 립스틱 등 아이디어 용기에 담은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다.

미국 ‘스틸라’는 만화 캐릭터를 용기에 넣은 대표적 키덜트 브랜드.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현대백화점 목동점, 분당 삼성플라자 등에 매장이 있는데 제품이 작고 가벼워 인기가 높다.

아동복 브랜드인 ‘폴로 보이스’ ‘게스 키즈’ 매장을 20대 여성들이 자주 찾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13∼15세의 남자를 대상으로 한 옷을 여성들이 소비하는 것. 레이스가 잔뜩 달린 치마나 블라우스를 입은 30대 여성을 길에서 찾기는 어렵지 않다.

10대를 겨냥해 이랜드가 내놓은 ‘티니위니’는 오히려 20, 30대 성인들이 선호한다. 이랜드 문기환 상무는 “몸은 30대지만 옷차림은 10대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고 설명했다.

장난감 프라모델은 인터넷 경매사이트 옥션에서 올해 들어 1만개나 팔렸다. 보드게임도 5000개 팔렸다. ‘블루마블’ 같은 보드게임을 파는 ‘장난감 연구소’ 이정욱씨는 “보드게임을 사가는 사람 중 80%는 20, 30대”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허원무 선임연구원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키덜트 소비자가 봇물을 이루고 영국에서는 ‘키덜트 지수’도 발표된다”며 “취향뿐 아니라 외모까지 젊어지고 싶은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앞으로는 의료 뷰티 관련 산업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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