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자급자족하니 주가 ‘쑥쑥’…이건산업 등 급등

  • 입력 2004년 3월 29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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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솔로몬군도에 8000만평에 이르는 조림지가 조성돼 있다. 25년간 직접 심고 가꾼 수백만 그루의 나무를 원자재로 사용한다.’

합판 생산업체인 이건산업의 주가를 최근 순식간에 끌어올린 소식이다. 이건산업이 만든 솔로몬군도의 숲은 증권가에는 몇 년 전부터 이미 알려진 이야기. 그러나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솔로몬군도의 조림지는 주가 상승의 원동력으로 다시 떠올랐다.

고유가 및 원자재 대란 속에서 여유 만만한 미소를 짓는 회사들이 있다. 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거나 직접 만드는 자급자족형 기업들이다. 강점이 부각되면서 주가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우리가 직접 만들어서 쓴다”=이건산업은 몇 년 전 조림지의 탄소배출권 거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크게 움직였던 종목. 이번에는 직접 키운 나무를 재료로 사용해 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중밀도 섬유합판(MDF) 시장의 경쟁 심화, 최근 실적 부진 등은 투자 위험으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신흥증권 이주병 연구원은 “원자재 자체 조달의 매력과 저평가된 주가가 부정적인 요인을 상쇄하고 있다”며 “차입금 상환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서희건설은 쓰레기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사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급등세를 탔다. 15일 이후 6번의 상한가를 포함해 11일 연속 상승, 수익률이 128%에 이른다. 발전사업의 비중은 전체 사업의 3%도 안 되는 수준이지만 회사측은 성장성을 강조했다.

건설 폐기물처리 전문업체인 인선이엔티도 건설용 모래 등 원자재를 직접 만든다는 점에서 투자자의 주목을 받았다. 천연골재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실적 개선세가 이어진다는 전망이다.

▽원자재 파동 속 투자 원칙은?=원자재 가격 고민이 없는 대표적인 분야로는 시멘트 관련 업종을 빼놓을 수 없다. 국내에 풍부하게 매장된 석회석을 재료로 쓰기 때문. 다만 올해 시멘트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 등은 투자시 고려해야 할 요소로 지적된다.

이 밖에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이앤이시스템도 강세를 보였다. 이 회사가 만드는 축랭식 냉방시스템(값싼 심야전력을 이용해 냉기를 생산, 저장한 뒤 낮 시간대에 이를 사용하는 시스템)이 유가 상승의 대안 찾기 과정에서 주목받은 결과다.

최근의 주가 상승을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VIP투자자문 최준철 대표는 “원자재 파동과 관련해 시장의 관심을 받는 재료가 실제 기업가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우선 따져보아야 할 것”이라며 “투자 아이디어와 기업 가치가 같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도 “최근의 테마는 과거 작전세력이 즐겨 사용하던 내용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며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반짝 상승’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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