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회장 ‘정치外風’ 타나… 위원들 ‘관치인사’ 걱정

  • 입력 2004년 3월 5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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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후보 추천위원회가 신임 회장으로 황영기(黃永基·52) 전 삼성증권 사장을 단독으로 추천해 황 전 사장의 회장 선임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노조가 황 전 사장이 삼성그룹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나서자 대주주인 정부가 최종 발표를 늦추고 있어 일부 추천위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후보 발표 왜 늦어지나=사외이사와 외부전문가 등 7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위원장 이재웅·李在雄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4일을 전후해 정부와 최종 협의를 거친 뒤 황 전 사장을 단독 후보로 발표하고 이사회에 곧장 추천할 예정이었다.

이 위원장은 “황 전 사장이 가장 유력한 회장후보라는 사실이 전해지자 우리금융 주가가 ‘최고경영자(CEO) 프리미엄’ 덕분에 4일 하루 만에 5% 이상 올랐다”면서 “시장이 원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말해 황 전 사장이 낙점됐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4일 오후 금융노조와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황 전 사장의 회장 추천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노조와 참여연대는 우리은행이 삼성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점을 지적하고 “삼성그룹의 핵심 인사였던 황 전 사장이 우리금융 회장이 되는 것은 ‘이해상충’의 문제를 불러오고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제기되자 정부와 여당 내에서는 총선 등을 고려해 추천위의 판단을 재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위원 강력 반발=정부의 발표가 늦어지자 추천위원들은 “관치 인사를 배제하자고 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정치적 이유 때문에 위원회가 세운 선정 기준에 맞지 않는 인사가 자리를 차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천위원 A씨는 5일 “정부는 우리금융의 가치를 높여 조기에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이번 인선의 목표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외국인투자자들은 이번 인선이 한국 금융계의 고질적인 관치 인사가 끝나는 시금석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는 시장의 기대와 평가를 겸허히 수용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추천위원 B씨는 “황 전 사장이 삼성그룹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여론의 감시를 더 받을 것이므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황 전 사장에 대한 시민단체의 주장을 검토하고 있으나 큰 문제는 발견하지 못했으며 이번 주말이나 주초에 검증이 끝나 최종 발표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

후보 발표가 늦어지면서 5일 증권거래소 시장에서 우리금융 주가는 전날보다 50원 내린 89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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