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그룹 지식경영 “최고의 성장엔진으로”

  • 입력 2004년 2월 12일 18시 54분


‘객실 청소를 45단계로 체계화했더니 효율이 20% 높아졌다’ ‘기온에 따른 주력상품 공략으로 판매가 12% 늘었다’….

패션유통그룹인 이랜드는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으로 유명하다. 1999년 도입한 지식경영은 외환위기 이후 존폐 위기까지 몰렸던 회사를 되살린 주요 동력. 지금은 국내 주요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랜드와 2001아울렛 등 9개 계열사의 직원 2000여명이 사내 인터넷에 올린 자료는 2만3500여건. 지식뱅크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청소에도 원칙이 있다=‘2003 지식경영’ 대상은 강원 속초시 설악켄싱턴스타호텔에서 6년 동안 객실 청소를 맡아온 김영애씨(48).

김씨가 제시한 ‘호텔 객실 정비 45단계 매뉴얼’은 객실 출입문을 기준으로 공간을 4개로 나눠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청소하는 비법. 직원 수십명을 통해 한 달 동안 시험한 결과 객실당 평균 청소시간은 30분37초에서 24분30초로 약 20% 줄었다.

김씨는 “수년 동안 청소하면서도 늘 주먹구구라고 생각했다”며 “비디오를 촬영해 가며 동선과 동작 등을 관찰해 45단계로 체계화했다”고 말했다.

‘청소 여왕’이 제안한 노하우 가운데 하나는 욕실의 경우 위에서 아래로 치우라는 것. 가정주부들도 세면대→욕조→변기→바닥 등의 순서로 청소하면 물기와 오물을 처리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영하 5도 이하로 내려가면 파카에 승부를=주니어사업부 박대희 대리(30)는 지난달 겨울철 기온에 따른 판매전략을 세워 월별 우수사례로 뽑혔다. 2000년부터 3년 동안 10∼12월 전국 220개 매장의 판매 패턴을 조사한 결과 기온이 영하 5도 이하로 내려가면 두껍고 비싼 오리털 파카, 영상일 때는 얇은 패딩 또는 남방 등의 매출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찾아낸 것.

박 대리는 “기온에 따라 매장 전면의 디스플레이 품목을 달리한 결과 매출이 12% 늘었다”며 “일시적 판매 증가에 따른 재고 부족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테리어는 매출과 직결=2001아울렛 변옥례씨(36) 등은 지난달 매장의 분위기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입증했다.

상대적으로 매출이 부진한 수산코너 때문에 고민하던 이들은 커다란 참치 그림이 그려져 있던 수산매장에 물고기, 수초, 배 등 입체 조형물을 설치했다. 인테리어를 바꾼 뒤 안양 분당 등 7개 점포의 매출은 전월과 전년 대비 각각 57%, 21% 증가했다.

아동신발 코너도 매장 분위기를 바꾸자 매출이 늘었다.

회사측은 “과거에는 인지도가 낮은 3개 브랜드가 개별적으로 영업해 고객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며 “3개 매장을 하나로 통합해 넓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꾸미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상을 활용한 결과 매출이 78%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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