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씨 CB 청약마감前 배당 받아”

  • 입력 2004년 2월 2일 0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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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버랜드가 기존 주주들의 전환사채(CB) 청약 마감시간이 끝나기 전 이사회를 열어 실권주 배정을 결의하고 이를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재용(在鎔·삼성전자 상무)씨 등 자녀들에게 배정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재용씨는 특히 주주들에 대한 CB 발행 절차가 진행 중이던 같은 해 11월 보유하고 있던 ㈜에스원 주식을 팔아 CB 인수대금을 미리 마련했으며 이 회장의 장녀 부진(富眞·호텔신라 상무보)씨 등 3명은 이 회장에게서 증여받은 돈으로 CB를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에버랜드 이사회 의결의 법적 효력과 CB 인수대금 조성 경위 등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허태학(許泰鶴) 삼성석유화학 사장과 박노빈(朴魯斌) 에버랜드 사장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에버랜드는 1996년 10월 30일 이사회에서 CB 발행을 의결한 뒤 11월 17, 18일 주주들에게 청약기일인 1996년 12월 3일까지 CB 청약을 하도록 통보했다.

그러나 에버랜드는 12월 3일이 채 지나기도 전인 이날 오후 실권주 배정을 위한 이사회를 열어 실권주 96억원어치를 재용씨 등에게 넘겼고, 재용씨 등은 당일 CB 인수대금을 전액 납부했다. 에버랜드는 특히 주주들에게 11월 17, 18일 CB 배정기준일 통지서와 실권예고부 최고서(일정한 날까지 청약하지 않으면 실권한다는 통지)를 보내놓고도 10월 30일과 11월 15일 통보한 것처럼 기록상 날짜를 소급해 놨으며 일부 주주에게는 아예 통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CB 발행 당시 허 사장은 에버랜드 사장, 박 사장은 에버랜드 상무였으며 재용씨 등에게 CB를 헐값에 넘겨 회사에 969억원 상당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이현승·李炫昇 부장판사)는 이달 중순으로 첫 기일을 정하고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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