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외국인자금 작년 최대…경기회복 더디면 급속이탈 우려

  • 입력 2004년 1월 30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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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에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신흥시장국(이머징 마켓)’에서 선진국 쪽으로 돈이 급속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 지난해 한국 증권시장에 순수하게 새로 들어온 외국인 자금은 135억2000만달러(약 15조8600억원)로 자본시장이 개방된 1992년 이후 최대 규모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30일 발표한 ‘2003년 국제금융시장의 특징과 올해의 전망’이라는 자료에서 “올 하반기에 미국 등 선진국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거나 대외신인도가 떨어진 신흥시장국의 경우 급속한 자본 유출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이 같은 분석은 한국 역시 하반기에도 제대로 경기회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은호성(殷澔聖) 한은 국제국 차장은 “특히 미국은 경기회복이 빨라지면 금리를 서둘러 올릴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으로의 자금유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이 이날 발표한 ‘2003년 중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총 814억2000만달러의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들어왔다가 679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이에 따라 2002년 8억3000만달러 유출초과였던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지난해에 135억2000만달러의 유입초과로 돌아섰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증시가 최고의 호황을 맞았던 2000년의 113억1000만달러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외국인 증권투자 시가총액도 총 1299억달러(약 152조3700억원)로 전년 말보다 56.5%(469억2000만달러)나 늘었다.

한은 외환분석팀의 이순호(李淳浩) 과장은 “순유입액에 비해 외국인 증권투자 시가총액이 많이 증가한 것은 우량 증권을 선호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종합주가지수 상승 등의 혜택을 톡톡히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증권투자 배당금의 국외 송금액도 크게 늘어 2002년의 6억4000만달러에서 지난해에는 2배가 넘는 13억4000만달러로 급증했다.

회사별 외국인 배당금은 삼성전자가 7억3000만달러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한국전력(4억1000만달러) 국민은행(2억6000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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