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후순위채 “지금팔면 손해”…부도안나면 원금-이자 보장

  • 입력 2004년 1월 11일 17시 15분


회사원 정모씨(53)는 작년 7월 어렵게 모은 목돈 5000만원을 들여 사들인 LG카드 후순위 전환사채(CB)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씨는 LG카드 CB가 이자를 꼬박꼬박 받을 수도 있고 주식으로 바꿀 수도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라는 증권사 직원의 말을 듣고 청약을 했다.

정씨는 “LG카드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10년 동안 꼬박 모은 돈을 투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몇 년 동안 가슴 졸이며 후순위채 CB를 쥐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LG카드 문제가 타결됐지만 LG카드 주식과 채권을 갖고 있는 개인투자자 가운데는 정씨처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불안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투기대상이 된 LG카드 주식=LG카드 주가는 채권단의 협상 분위기에 따라 하루에도 몇 차례씩 급등락을 반복했다.

9일 증권거래소시장에서 LG카드는 채권단의 협상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급등세를 타 오후 한때 상한가에 근접한 2085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마감을 앞두고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LG카드는 결국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진 1560원에 장을 마쳤다.

증권 전문가들은 채권단의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44 대 1의 감자(減資)가 추진될 경우 소액투자자들이 상당한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금융담당 애널리스트는 “LG카드 주식을 2000원인 상태에서 매입한 투자자라면 44 대 1의 감자가 실시되면 주가가 8만8000원이 돼야 본전”이라며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이 정도 수준까지 오를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LG카드 주가 움직임을 보면 데이트레이더들의 투기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안한 후순위채 투자자들=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회사가 부도가 나지 않는 이상 원금과 이자를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LG카드가 발행한 CB와 BW는 매년 3%의 이자를 지급하고 2009년 만기가 되면 CB는 33.0%, BW는 25.83%의 이자를 추가로 준다.

채권단이 채무재조정을 실시하더라도 개인투자자가 손해를 볼 가능성은 적다. 원칙적으로는 순위가 밀리는 CB와 BW가 먼저 채무재조정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부실기업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의 채권은 보장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위탁경영을 하는 채권은행이 CB와 BW에 대한 채무재조정을 실시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향후 LG카드 경영 상황에 따라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나 청산절차에 들어간다면 개인 투자자를 포함해 모든 채권 채무가 동결되기 때문에 원금을 떼일 수도 있다.

따라서 후순위채 투자자들은 만기가 될 때까지 불안한 마음으로 후순위채를 쥐고 있어야 한다.

물론 LG카드 후순위채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언제든지 팔 수는 있지만 값이 크게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팔면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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