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앤문 減稅' 수사]孫청장 개입 확인땐 ‘윗선’ 드러날수도

  • 입력 2003년 12월 15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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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썬앤문그룹의 세금 감면과 관련해 손영래(孫永來) 당시 국세청장이 15일 검찰에 소환됨에 따라 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우선 지난해 5월 썬앤문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 당시 썬앤문그룹 문병욱(文丙旭) 회장과 김성래(金成來) 부회장이 ‘제3자’의 소개로 손 전 청장을 만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 손 전 청장이 세금 감면 과정에 어떤 형태로든지 개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김 전 부회장은 검찰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安熙正)씨에게 감세 청탁을 하면서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노 대통령에게도 부탁을 해 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따라서 검찰 수사는 손 전 청장이 ‘왜’ 부당한 감세 과정에 개입했는지에 집중되고 있다. 손 전 청장이 적극 개입했다면 정권 고위층의 압력이나 청탁을 받고 실무자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 5∼6월 이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지검 조사부는 지난해 특별세무조사를 통해 썬앤문그룹에 부과됐던 180억원의 세금이 23억원으로 줄어든 사실을 확인하고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을 받은 국세청 감사관 홍모씨를 구속했다.

또 당시 △민주당 박모 의원과 대통령민정수석실 파견 박모 경감이 손 청장에게 선처를 부탁했고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노 대통령도 손 청장에게 직접 전화했다는 김 전 부회장의 진술도 확보했다. 하지만 손 전 청장이나 그 윗선의 개입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

서울지검은 손 전 청장을 직접 불러 추궁했지만, 그는 감세가 된 과정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반박했다는 것. 검찰도 이 부분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어서 관련 자료를 다시 국세청에 넘겨 감세가 적정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검토를 의뢰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 서울지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 손 전 청장이나 그 윗선의 개입이 드러날 경우 검찰은 그동안 축소 또는 부실 수사를 벌였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법안이 통과되자 어쩔 수 없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은 그동안 여러 차례 “김 전 부회장의 진술은 일방 주장에 불과하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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