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대신 닭" 중저가주 인기몰이…업계1위 종목은 매입 부담

  • 입력 2003년 12월 4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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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옆걸음’을 해오던 넥센타이어 주가는 최근 한 달 동안 43%나 올랐다.

넥센타이어는 과거 가치투자 유망종목으로 거론됐지만 올해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출부진과 비용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 실적만으로는 갑자기 주가가 치솟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 해답을 ‘업황(業況) 호조+소외된 비(非)대표주’의 두 조건에서 찾는다. 업황은 좋아지는데 1등 업체인 한국타이어가 비싸다 보니 후발주로 매수세가 넘어온다는 것. 한국타이어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 수준이지만 넥센타이어는 4배에 머물고 있다.

▽잠자던 종목이 갑자기 ‘쑥쑥’=자동차 부품업종 외에 화학, 반도체, 시멘트 등 최근 업황이 크게 좋아진 분야에서는 대부분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화학업종에서는 대표주인 SK가 아닌 한솔케미언스와 금호석유화학이 연일 치솟으며 ‘52주 신고가(최근 1년간 가장 높은 주가)’를 갈아치웠다. 각각 구조조정과 실적호전 등을 급등의 근거로 볼 수 있지만 최근까지 시장에서는 관심을 끌지 못했던 종목들이다.

시멘트업종에서는 한일시멘트가 아닌 고려시멘트가 떴다. 자동차 부품에서는 현대모비스 외에 평화산업, 세종공업 등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내수회복의 지연으로 갈 곳을 못 찾는 자금이 업황이 좋은 분야를 맴돌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시가총액이 적다는 이유로 소외됐던 종목이 관심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짝’ 상승 가능성 주의=11일로 다가온 트리플위칭데이(지수선물, 지수옵션, 개별주식옵션 만기일이 겹치는 날)의 부담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현물과 선물간 거래과정에서 쌓이는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 잔액은 현재 1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 만기일 청산 과정에서 ‘팔자’ 물량이 쏟아질 경우 KOSPI200 등 지수를 구성한 대표주들의 주가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 따라서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후발 비대표주를 대신 사들인다는 것. 이 경우 ‘사자’ 움직임은 단기에 그칠 위험성이 있다.

시가총액 규모가 작아 주가 변동폭이 크고 개별 종목의 실적이 업황을 계속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동양종금증권 서명석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개별 후발주의 움직임이나 코스닥의 강세는 트리플위칭데이의 영향 및 증시가 주도주 없는 소강국면에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증시의 차별화 현상이 건전하게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라며 “이런 패턴 속에서 아직 오르지 못한 종목을 찾아내는 시도는 한동안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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