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채 손절매 자제를"…1만원짜리 CB-BW 39% 폭락

  • 입력 2003년 11월 26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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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윤모씨(55)는 7월 600만원의 대출을 받아 사들인 LG카드 후순위 전환사채(CB)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윤씨는 LG카드의 CB가 안정적인 이자를 꼬박꼬박 받을 수도 있고 LG카드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 이익을 낼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청약에 나섰다.

하지만 윤씨는 LG카드 경영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CB를 팔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증권거래소 채권시장에 상장된 LG카드 CB 가격이 곤두박질쳐 팔게 되면 너무 손해가 크기 때문이었다.

LG카드의 유동성 위기로 이 회사가 발행한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LG카드 후순위채에 투자한 사람들이 채권을 팔아야 할지, 들고 있어야 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LG카드채 투자자 동요=LG카드는 자금 조달을 위해 7월과 8월에 각각 3000억원씩의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4% 안팎에 불과한 때에 만기 5년6개월 동안 총 49.54%(CB)와 42.34%(BW)의 이자를 주는 LG카드채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전문가들의 추천이 잇따랐고 공모 청약에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최근 LG카드 사태가 터지면서 채권 값은 급락했다.

1만원짜리 CB와 BW는 채권시장에서 24일 5500원에 거래됐다. 은행에 이어 투신 보험 등 2금융권이 긴급 지원에 나서면서 CB가격이 26일 6100원대로 오르기는 했지만 발행가(1만원)에 비해 39%나 하락한 수준이다.

LG카드 주가도 급락했기 때문에 주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기도 힘들어졌다. LG카드 주가는 6000원대로 떨어졌는데 LG카드 주식을 받을 수 있는 가격은 CB가 주당 1만7713원, BW는 1만4700원이다.

▽LG카드 경영정상화 예의주시해야=전문가들은 현재 LG카드채를 쥐고 있는 투자자들은 당장 손절매(損切賣)에 나서기보다 향후 LG카드의 경영정상화 과정을 주시하라고 말한다.

LG카드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한 채권 이자는 꼬박꼬박 받을 수 있다. LG카드도 25일 “CB와 BW에 대한 원금을 전액 보장하고 이자도 정상적으로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LG카드의 유동성 위기가 재발하면 후순위 CB와 BW를 쥐고 있는 투자자들은 원금을 떼일 수도 있다. 후순위채는 일반 채권에 비해 상환 순위가 뒤지기 때문.

특히 LG카드가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면 개인에게는 원리금을 지급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법정관리나 화의에 들어가면 개인투자자를 포함해 모든 채권 채무가 동결되기 때문에 원금보장이 안된다.

대한투자신탁운용 황재홍 채권투자전략팀장은 “일단 LG카드가 한 고비를 넘겼기 때문에 채권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동요할 필요는 없다”며 “LG카드가 자구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는지, 자본확충은 제대로 이뤄지는지, 외자유치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는지 등을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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