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던 계좌 튀어나오면…” 촉각

  • 입력 2003년 11월 21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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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박상천 대표(오른쪽)가 진지한 표정으로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와 정치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제기자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박상천 대표(오른쪽)가 진지한 표정으로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와 정치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제기자
검찰이 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운용한 차명계좌에 대한 추적에 나서자 정치권은 21일 “베일에 가려 있던 대선자금의 ‘저수지’들이 드러나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한나라당은 SK비자금 100억원 이외에 다른 기업으로부터 받은 불법 자금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 때문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이날 “가차명계좌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대선자금과 관련이 있다고 단정지으면 안 된다”고 일단 저지선을 쳤다. 그는 “중앙당이나 지구당에선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의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고 여러 사람들이 그 계좌에 돈을 입금시킨다. 다른 사람들의 돈이 입금되니까 가차명계좌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 돈의 성격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뿐 아니라 민주당 열린우리당 자민련 등 모든 당이 그렇게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최근 비상대책위가 중심이 돼 대선자금 실태에 대한 내부 조사를 벌여 크게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한 비대위 관계자는 “일단 ‘큰 덩어리’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검찰 수사에서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얘기가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민주당은 가차명계좌의 발견으로 당 불법대선자금 진상규명특위가 밝혀내지 못한 노 후보 캠프 자금의 ‘저수지’가 곧 드러날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자체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특위의 한 관계자는 “차명계좌는 이론상으로도 최소 3, 4개는 될 것이다. 이상수(李相洙)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 선대위 총무본부장이 ‘직영’한 1개 말고도 캠프 주요 관계자들이 각각 운영한 차명계좌가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 핵심당직자는 “노 캠프 사람들이 전쟁을 치를 때는 연합체이지만 본질적으로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스타일이었으므로 자금의 통합관리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이 개인적으로 유용한 돈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도 모두 가차명계좌로 들어간 돈일 가능성이 높다. 그 사람들은 정교한 돈세탁은 못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당직자는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총선에 쓰려고 남겨뒀다는 4억3000만원도 가차명계좌에 넣었다는데 그 차명인이 누구인지 밝혀져야 한다”며 “차명계좌 흐름을 쫓다 보면 저수지들은 대거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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