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안내놓자 검찰 압박공세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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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8일 LG홈쇼핑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 수색을 실시하고 지난해 대선자금을 유용한 의혹이 있는 정치인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은 불법 대선자금 규명을 위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간 대선자금을 제공한 기업의 협조를 유도하는 ‘엄포’ 차원에 머물렀으나 압수수색 등 실제 ‘행동’으로 압박에 나섰다는 점에서 앞으로 다른 기업 수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수사 신호탄=LG에 대한 압수수색은 대선자금 의혹에 연루된 기업에 대한 수사 방향을 가늠할 ‘본보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LG측에 필요한 자료제출을 요구했으나 불응했다”며 압수수색의 이유를 설명했다. 기업이 대선자금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이런 수사 방식을 언제든지 동원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대선자금 수사에서 재계 2위인 LG가 SK 다음의 수사 대상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재계 1위인 삼성을 첫 수사 대상으로 삼을 경우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고 본격 수사 대상 기업이 5대 기업 이외에서 선정될 경우 상징적 의미가 감소되기 때문에 LG가 본보기가 됐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그동안 수사 과정에서 상당한 단서가 포착됐기 때문에 LG에 대한 본격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을 아무런 근거 없이 압수수색 등을 실시한 뒤 나중에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 책임을 검찰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LG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LG의 강유식(姜庾植) 부회장을 소환 조사하고 구본무(具本茂) ㈜LG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도 비자금 조성과 불법 대선자금 제공 등에 대한 수사 단서가 포착된 데 따른 조치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앞으로 수사 단서가 확보됐으나 수사 자료 제출에 불응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이 같은 강제 수사 방식이 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인 개인비리 수사 전망=검찰은 기업 수사 외에 정치권 수사에서는 대선자금 ‘배달사고’ 등 정치인의 개인 비리에 일차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 자금의 사용처를 수사하겠다는 검찰의 방침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검찰은 굿모닝시티의 분양대행사가 지난해 12월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열린우리당 정대철(鄭大哲) 의원에게 건넨 후원금 5000만원 중 일부가 정식 회계 처리되지 않은 단서를 잡았다. 회계 처리되지 않은 돈이 정 의원이 유용했는지 아니면 다른 당직자가 유용했느냐에 대해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지난 대선 당시 현대자동차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똑같은 규모의 후원금을 냈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한나라당에서 정식 영수증 처리가 된 돈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수사 대상으로 떠올랐다. 후원금 일부가 당 회계에서 누락됐다면 당직자들이 누락된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특히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기업이 기부한 대선자금 중 상당한 규모가 당 회계 장부에서 누락된 정황을 다수 포착한 상황이어서 개인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들이 줄줄이 소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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