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구조본 상대 개혁설명회 성과없이 끝나

  • 입력 2003년 11월 12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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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12일 대기업 구조조정본부장들을 대상으로 ‘시장개혁 3개년 계획’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 위해 마련한 설명회가 서로의 견해차만 확인한 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특히 주요 그룹은 구조조정본부장 대신 실무급 임원을 참석시켰고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도 인사말만 마치고 자리를 떠 당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1시간20분가량 진행된 설명회에서 강 위원장은 “시장개혁 3개년 계획은 규제를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게 아니라 규제 방식을 시대에 맞게 전환한 것”이라며 “이는 3년 만이 아니라 ‘참여정부’ 내내 진행될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재계측 참석자들은 한나라당이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대신 출자규제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지적하며 이른바 ‘개혁 로드맵’이 계속 추진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두 제도는 목적과 대상이 달라 정치권의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며 로드맵은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일고 있는 출자규제에 대해 재계는 공정위가 출자규제의 새 지표로 도입한 ‘의결권 승수’가 새로운 규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결권 승수의 이론적 근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공정위가 내놓은 개혁 로드맵에 맞춰 실제 개선방안을 검토한 결과, 지주회사 전환이나 의결권 승수 등의 출자규제 졸업 조항을 맞추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내부견제시스템 등 다른 기준을 통해 출자규제에서 졸업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재계와 공정위의 갈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삼성 LG 등 주요 그룹의 구조조정본부장이 불참해 격이 떨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검찰이 대기업에 대한 비자금 수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구조조정본부장들이 대기업 정책의 ‘전위부대’격인 공정위의 ‘초청’을 거부한 것이 미묘한 여운을 남긴다는 반응도 나왔다.

강 위원장은 이날 인사말만 한 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참석을 이유로 자리를 떴다. 그러나 강 위원장은 설명회가 열리는 동안 외부에 나가지 않고 집무실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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