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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10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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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높아지는 외국인들=외국인투자자의 지분이 국내 최대주주보다 높은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고배당 및 경영진 교체 요구 등 주주권 행사가 강도 높게 펼쳐질 가능성이 엿보이면서 관련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최근 인수합병(M&A)설에 휩싸인 기업들은 외국인들이 매집에 나서면서 외국인 지분이 크게 높아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10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 중 최대주주 지분보다 외국인 지분이 높은 기업은 44개로 작년 말에 비해 14개(46.67%) 늘어났다. 전체 조사대상 기업 461개 가운데 9.54%에 이른다.
이들 기업의 국내 최대주주 지분은 평균 23.33%로 외국인 지분 평균(37.89%)보다 14.56%포인트 낮았다.
국민은행과 포스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 상당수는 이미 외국인 지분이 국내 최대주주보다 더 높다.
SK㈜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외국인 주주들은 일단 지분을 확보하면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에 인수된 서울증권이 작년 액면가 2500원짜리 주식에 15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 것이나 에쓰오일(대주주 사우디 국영기업인 아람코 오버시즈 컴퍼니)이 순익을 웃도는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는 것도 외국인 대주주의 입김 때문이다.
SK텔레콤은 과거 타이거펀드의 반대로 유상증자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외국인 지분이 58%를 웃도는 삼성전자도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규정을 삭제한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외국계 펀드에 소송을 당해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외국인 대주주의 명암=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투자자들이 단기적인 투자금 회수 등에만 신경을 쓸 경우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인 주주의 지나친 고배당 요구도 부작용으로 꼽힌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각기 다른 성격의 외국인 주주라고 하더라도 고배당 등 이해가 일치할 경우엔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 경영권 자체를 흔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부증권 김성훈 애널리스트는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워낙 낙후된 데다 소액주주를 위한 정책이나 주가 관리가 부실한 점을 노리고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 매집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주권 행사에 침묵하고 있던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외국인들의 행동’에 자극받아 주주가치 회복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 등은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동원투신운용 이채원 투자자문실장은 “기업은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안정된 지분 확보, 주주를 위한 배당정책 등을 통해 증시 체질을 강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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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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