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보다 내 방식대로"…불황속 '뚝심경영' 빛난다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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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캐논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2%인 반면 소니는 3%.’

‘미국의 의약테스트 전문기업인 퀀타일은 기업공개를 하지 않고 회사채 발행으로 17억달러 조달….’

LG경제연구원은 30일 ‘불황기에 빛을 발하는 복고풍 경영기법’ 보고서에서 “세계적인 불황에도 매출이 늘어나고 수익이 증가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며 불황의 터널 속에서도 경영성과가 좋은 기업의 4개 유형을 제시했다.

▽한 우물 파기=캐논은 1933년 정밀광학연구소를 설립하고 카메라 사업을 시작한 뒤 ‘왼손에는 카메라, 오른손에는 사무기기’라는 슬로건을 아직도 지키고 있다. 마쓰시타 소니 등 일본의 다른 전자기업들이 반도체 휴대전화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했지만 캐논은 요지부동.

이런 한 우물 파기로 미국에 7만4000여건의 특허를 출원해 IBM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영업이익률은 1997∼2002년 연평균 9.5%. 소니 히타치 샤프 등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기업공개 거부=퀀타일을 비롯해 ‘내셔널 골프’ ‘쿠어스텍’ ‘스포츠클럽’ 등은 기업공개를 하지 않고 회사채를 발행해 각각 수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기업분석가와 주주들에게 분기마다 시달리기 싫다”(퀀타일 설립자 데니스 길링스)는 이유에다 엔론사태 이후 미국 상장사들의 회계기준이 강화되면서 상장유지 비용이 연간 평균 130만달러에서 260만달러(매출액 10억달러이상 회사 기준)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SK건설 등도 기업공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생산업체인 오티스LG는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할 이유가 없다며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바꾸었다.

▽종신고용 사수=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란 책에 따르면 위대한 기업 11개사 가운데 6개사는 직원을 한번도 해고한 적이 없다. 4개 회사는 1, 2회 해고했을 뿐이다. 위대한 기업은 인원 축소를 통한 비용절감보다는 생산성과 직원 사기, 조직문화 유지 등에 더 관심을 갖는다.

▽스톡옵션 보상 철회=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는 7월 스톡옵션 보상제도를 폐지했다. 델컴퓨터, 다임러크라이슬러와 LG, SK그룹 등도 스톡옵션을 없앴다.

LG경제연구원 김상일 연구위원은 “노키아나 3M처럼 철저한 변신으로 성공하는 기업도 적지 않지만 첨단기법이라고 해서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보다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고 밝혔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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