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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0월 22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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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현대투신증권을 매각한 뒤 현대그룹의 경영부실 책임을 묻기 위해 현대증권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앞으로 계열사를 엘리베이터 상선 택배 아산 증권 등 5개사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가 현대그룹에 책임을 묻지 않으면 이미 책임을 진 삼성 한화 등 다른 그룹과의 형평성 시비가 제기될 수 있다.
▽정부 ‘판다’, 현대 ‘못 판다’= 금융감독위원회 윤용로 감독정책2국장은 22일 “현투증권 부실에 대한 대주주의 책임을 묻고 부족한 공적자금 투입분을 메우기 위해 현투증권 매각이 완료되면 곧바로 현대증권 매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투증권은 지분 80%를 미국 푸르덴셜에 5000억원에 매각하더라도 약 2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감위는 이에 따라 예금보험공사가 현대증권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싼값에 참여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이 주식을 시장에서 제값에 팔아 공적자금 투입분을 보상받겠다는 것.
반면 현대그룹은 “현 회장 취임 후 현대증권을 주력계열사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밝혀 매각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신 금감위의 ‘부실 금융기관 대주주의 경제적 책임기준’에 따른 책임은 지겠다고 밝혔다. 이 기준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적어도 3300억원(순자산부족액 2조원×0.5×최소 3분의 1)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부담이 만만치 않다.
▽다른 그룹은 어떻게 책임졌나=한화그룹은 99년 한화종금이 퇴출될 때 보유주식을 모두 소각하는 한편 한화증권이 증권금융채 1300억원을 매입했다. 채권금리는 연 2%, 보유기간은 5년이나 돼 시장금리와의 차액만큼 금리손해를 보는 방식이다. 한화 계열사의 한화종금 지분율은 17.38%에 불과했으나 대주주가 공적자금 투입을 유발시킨 대가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삼성자동차가 르노에 매각될 때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주당 70만원 계산)를 채권단과 협력업체 부채상환용으로 내놨다. 회사경영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 대주주의 책임을 물은 것이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현회장, 상선주식 매각 검토 ▼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이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의 빚을 갚기 위해 현대상선 주식을 파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정 회장이 금강고려화학(KCC) 정상영 명예회장에게서 빌린 290억원을 갚기 위한 것.
현대그룹 고위관계자는 22일 “현대상선 지분이 없더라도 김문희 여사에게서 위임받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만 가지고도 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며 “아직 결정된 바는 없지만 현 회장이 상속받을 정 회장의 현대상선 주식 가운데 일부를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갖고 있던 현대상선 주식은 505만주(4.9%)로 시가는 437억원(22일 종가 8650원 기준)이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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