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 10년불황 마침표 찍을까…수출-생산 호조 나타내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7시 31분


일본 경제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닛케이 평균주가는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경제성장률도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다. 철강, 자동차, 기계 등 제조업은 더욱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반짝 호경기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이번에는 일본 경제가 ‘정말’ 살아나고 있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일본 도쿄 시내의 한 번화가. 인파 너머로 보이는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일본 경제의 회복을 보여주는 듯하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호전되고 있는 경제 수치들=최근 닛케이 주가는 올 4월에 비해 40% 이상 뛰었다. 외국 자본이 꾸준하게 일본 증시로 들어오고 있어 향후 증시 전망도 밝은 편.

도산하는 기업 수도 대폭 줄었다. 민간 조사기관인 ‘데이코쿠(帝國)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 일본의 도산기업 수는 8337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5% 줄어들었다. 기업의 평균 부채 총액도 5조5230억엔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1% 감소했다.

제조업체의 활약상도 두드러진다. 일본 마쓰시타는 올 2·4분기(4∼6월) 영업이익이 27.4%나 증가했다. 디지털 카메라를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캐논도 올해 연간 매출이 작년보다 9% 늘어난 3조2000억엔을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사상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일본의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분기 2.6%(이하 전년 동기 대비)에 이어 2·4분기 3.0%로 더 높아졌다. 지난해 2·4분기에는 ―0.2%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일본 제조기업 부활의 교훈’이란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제조업체들이 오랜 기간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을 한 결과 실적이 두드러지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엇갈리는 전망=일본 경제의 장밋빛 전망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엔화 강세(달러당 엔화환율 하락)다.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은 “일본은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급격한 엔화강세를 피해야 한다”며 “달러당 엔화 환율이 105엔까지 떨어지면 일본 경제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경기 회복을 낙관하는 전문가들이 더 많아졌다.

골드만삭스의 투자분석가 캐시 마쓰이는 “최근의 닛케이 주가가 뛰는 것은 과거 반짝 상승에 그쳤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분석했다. 메릴린치의 일본 담당 애널리스트 제스퍼 콜도 “경기 회복 추세에 맞춰 일본의 장기 디플레이션은 올해 안에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당국도 오랜만에 나타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도록 정책을 편다는 방침이다.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일본은행 총재는 “수출과 생산이 호조를 보이면서 일본 경제의 회복기미가 보인다”며 “회복세를 가속화하기 위해 소비자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설 때까지 통화량을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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