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택대출 총액 규제땐 부동산거품 붕괴 충격 우려”

  • 입력 2003년 10월 14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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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장들은 한국은행이 집값을 잡기 위해 은행의 주택대출 총액을 규제할 경우 부동산 거품이 급작스럽게 붕괴해 경제에 큰 충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 줄 때 담보인정비율(LTV)을 낮추는 것이 부동산투기억제에 더 효과적이라고 은행장들은 주장했다.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와 시중, 국책 은행장들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협의회를 열어 주택대출 규제, 시중자금의 흐름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은행장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이 계속될 경우 한은이 취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주택대출에 대한 총량규제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은행장들은 “일본 중앙은행이 1990년대 초 주택대출을 규제했다가 부동산 거품이 급격히 붕괴해 장기불황에 빠졌듯 한은이 직접, 강제적으로 주택대출 한도를 제한하면 은행이 부실화되고 경기침체를 가중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장들은 또 최근 주택의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 주택가격의 상승 속도, 가계부채 급증 등에 비춰볼 때 부동산 거품은 ‘끝물’에 접근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은행장들은 “부동산 거품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만큼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주택담보 인정비율 축소가 유효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국민은행이 주택담보 대출금리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조흥은행도 연체 고객에 대한 담보대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등 은행권의 가계대출 축소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조흥은행은 14일 자기 은행이나 다른 은행에서 신용카드, 일반 신용대출, 담보대출 등을 받아 이자와 원금상환을 연체하고 있는 고객에 대해 주택담보 대출을 금지하는 공문을 전국 영업점에 보냈다고 밝혔다.

조흥은행은 또 투기 과열지구나 투기지역에 대해서는 담보인정비율을 매매 하한가의 45%에서 40%로 낮추고 그 밖의 지역도 55%에서 50%로 하향조정하기로 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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