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씨에 3000만달러 더 줬다”故정몽헌회장 진술서 제출

  • 입력 2003년 10월 14일 18시 31분


코멘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안대희·安大熙 검사장)는 14일 현대 비자금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이 해외계좌를 통해 현대로부터 3000만달러(약 350억원)를 추가로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문효남(文孝男) 대검 수사기획관은 “고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진술서에는 권씨에게 200억원을 전달하기 1개월 전인 2000년 2월 현대가 김영완(金榮浣·해외체류 중)씨측의 해외계좌로 3000만달러를 송금했다고 적혀 있다”며 “이 돈이 권씨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돈상자 이익치 회장이 지정한 사람에 전달"

그러나 문 기획관은 “이 계좌가 김씨 본인의 것은 아니며, 권씨가 관리하는 해외계좌인지 등 구체적 사실은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검 중수부는 이날 서울지법 형사3단독 황한식(黃漢式)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권씨에 대한 3차 공판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정 회장의 진술서를 재판부와 권씨 변호인측에 제출했다.

검찰은 “권씨가 추가로 돈을 받은 의혹을 입증하기 위해 해외계좌 추적수사 등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수사보안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진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권씨 변호인은 “정 회장과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진술서에 1999년 말 정 회장과 이 전 회장이 김씨를 만났으며 2000년 1월 현대가 김씨측의 해외계좌에 3000만달러를 송금했다는 내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송금 과정에 대해 진술이 엇갈리기 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 전 회장이 ‘김씨가 돈을 보내 달라고 하더라’고 말하기에 송금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반면 이 전 회장은 “정 회장이 먼저 ‘김씨에게 돈을 보내라’고 지시해 송금했다”고 진술했다는 것.

이날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현대상선 임직원들은 “정 회장의 진술대로 비자금 3000만달러를 추가로 조성한 사실이 있느냐”는 권씨 변호인의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검찰측은 “아직 기소도 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묻지 말라”고 반박하는 등 양측간에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변호인측은 재판이 끝난 후 “검찰이 뚜렷한 증거도 없이 정 회장의 진술을 일부 발췌해 여론몰이식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