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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0월 1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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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옆. 몇 개의 천막을 이어 붙인 초대형 포장마차 중 한 곳에 들어가 보았다.
탁자 수만 80여개에 종업원도 예닐곱 명, 휘황찬란한 불빛이 술집 한 곳을 통째로 거리에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빽빽이 들어찬 탁자와 의자가 보도는 물론 차도까지 3~4m나 점거하고 있어 행인과 차량들이 알아서 피해가야 했다.
포장마차 밖에는 일본어로 쓰인 메뉴판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제공하는 메뉴만도 20가지가 넘었다.
기업형 노점이 '서울의 밤'을 점령하고 있다. 그런 사이 시민의 보행권이 침해받고 세금 내며 정당하게 영업하는 인근의 상점과 먹고 살기에 빠듯한 생계형 포장마차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7월 현재 포장마차를 포함한 노점은 1만5800여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크게 늘었다가 좀 줄어드는 듯 하더니 최근 경기가 나빠지면서 다시 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수십 개의 탁자를 갖추고 여성 종업원까지 동원하는 기업형 포장마차. 최근 종로와 압구정동 일대, 동대문 주변, 마포구 월드컵공원 부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서울시는 이런 포장마차가 수 백 곳은 될 것으로 추정한다.
서울노점상연합 관계자는 "기업형 포장마차는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우리와 차원이 달라 점포권리금과 한 달 수입이 수 천 만원에 이른다"며 "이런 사람들은 놔두고 왜 우리 같은 생계형만 단속하느냐"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업형 포장마차 단속을 위해 경찰 1개 중대와 구청 단속인력을 동원해 10분 만에 노점을 걷어 냈으나 15분 뒤 다시 노점이 서고 10분 만에 손님이 가득 찼다"며 단속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일기 노점정비팀장은 "이들은 의자와 탁자 등 노점을 금방 새로 만들 수 있는 집기들을 4세트까지 준비한다"며 "하룻밤에 3번 단속을 당해도 다시 장사를 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노점에 부과하는 벌금을 현재 최고 5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리고 단속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시민들이 노점을 이용하지 않는 이상의 해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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