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틀째 "팔자"…23일 2014억 순매도

  • 입력 2003년 9월 23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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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급락 쇼크 이후 외국인들이 이틀 연속 ‘팔자’에 나서면서 앞으로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2일 620억원, 23일에는 무려 2014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반면 저가(低價) 메리트를 노린 개인들이 이날 177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증시는 폭락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수출관련주들을 대거 내다팔았다. 원-달러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매도에 나선 것. 증시 전문가들은 달러 값이 10% 하락할 경우 이들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이 20%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이 완만하게 떨어지면 국내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들은 환차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환율하락 속도가 빨라지면서 환차익보다 기업실적에 미칠 악영향이 더 부각됐다.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은 환율이 달러당 1100원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는 가운데 차익실현에 대한 욕구가 겹쳤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팔자’로 돌아선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2400억원을 순매도한 15일을 기점으로 매수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대만 등 아시아 증시에서의 움직임 등을 따져볼 때 매수 기조가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것.

게다가 다음주 발표되는 미국의 경기지표들이 좋아질 가능성이 높아 10월중에는 시장의 위기감이 가라앉을 것으로 증시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미래에셋증권 안선영 연구원은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환율 쇼크를 감안할 때 그다지 크지 않다”며 “수출주와 경기민감주의 비중을 줄이고 통신, 에너지 등 경기방어주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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