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해외 엑소더스…상반기 8억달러 투자 대기업 첫 추월

  • 입력 2003년 9월 15일 17시 55분


코멘트
한국 기업의 해외투자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중소기업의 해외투자 규모가 대기업의 투자 규모를 넘어섰다.

특히 저(低)부가가치 산업에 편중됐던 중소기업의 해외이전이 최근에는 전기, 전자, 기계, 반도체 등 고(高)부가가치 산업으로까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생산시설 해외이전이 통제할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진행돼 제조업 공동화(空洞化)가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많은 중소기업 역시 현지에 대한 사전조사나 정교한 해외 진출 전략도 없이 무분별하게 해외투자에 나섰다가 문을 닫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기사▼
- "임금 싼곳으로…" 설비 통째 이전

15일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소기업의 해외투자 규모는 8억4100만달러로, 같은 기간 대기업의 해외투자(7억8200만달러)를 넘어섰다. 중소기업 해외투자액이 대기업 투자액을 넘어선 것은 처음 나타난 현상.

대기업의 해외투자는 1998년 53억달러를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 2001년부터는 4억7000만달러로 떨어지는 등 큰 폭으로 줄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해외투자는 2000년 이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제조업종 중소기업의 해외투자액은 금년 들어 6억5000만달러로 제조업 대기업의 투자액(3억달러)의 배를 넘어섰다.

중소기업의 해외이전 붐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3월 대한상공회의소가 22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기업 중 절반가량(49.5%)이 ‘5년 이내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을 추진 중’이라고 답했고 40.7%가 ‘10년 이내 공장 해외이전 예정’이라고 답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재윤 박사는 “한국 기업의 국내총생산 대비 해외투자 규모 비율이 이미 2000년에 일본과 같은 비율로 나타났다”며 “한국의 국민소득이 일본의 4분의 1에 불과함을 감안하면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어 해당 산업의 공동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