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LG그룹 '하나로통신 해법' 전면전 선언

  • 입력 2003년 9월 5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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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부 장관이 최근 브리핑에서 “하나로통신의 외자 유치를 지원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자 하나로통신 1대 주주인 LG그룹이 “외자유치를 반드시 무산시키겠다”며 전면전을 선언했다.

LG그룹은 4일까지 LG투자증권을 통해 장내에서 하나로 주식 500만주를 사들여 지분을 15.89%에서 17.7%로 높여 놨다. 기존 지분으로도 충분히 외자유치안을 부결시킬 수 있으나 “확실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외자유치 추진에 이은 LG의 주식매집으로 하나로통신의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연중 최고치(4250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통부 “법정관리 가자”=진 장관은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엄정 중립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그는 5일 “통신시장 경쟁체제 확립을 위해 하나로통신은 살아야 한다”며 외자유치에 대한 지지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진 장관은 이어 “LG는 단기 유동성 해소에 도움도 안 줬으며 돈을 들이지 않고 (유상증자를 통해) 싼 값에 경영권을 가지려 하고 있다”고 LG를 정면 공격했다.

만약 10월 21일로 예정된 하나로통신 주주총회에서 외자유치안이 부결되면 정통부는 “하나로통신을 법정관리에 넣은 뒤 법정관리인을 통해 외자유치를 실현시키겠다”는 입장.

진 장관은 또 “업체간 다툼에 개입할 의사는 없지만 국무위원으로서 외자유치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가 될 1조3000억원(외자유치 5억달러+신디케이트론 6억달러) 규모의 외자유치는 한국의 대외 신인도도 높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SK텔레콤도 이날 “외자유치를 지지하는 기존 입장에 변화 없다”고 못 박았다.

▽LG그룹 “외자유치만 빼고”=LG그룹의 하나로통신 지분매집은 정통부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것. LG측은 “헐값의 외자유치는 반드시 부결시키겠다”고 밝혔다.

LG그룹은 법정관리를 막고 1대 주주로서 지위를 유지하려면 11, 12월 만기가 도래하는 2360억원의 부채를 대신 갚아주며 유상증자를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유상증자가 실현된다는 보장이 없는 마당에 LG그룹이 빚을 대신 갚을지는 미지수. 통신 업계에서는 LG그룹측이 일단 외자유치를 무산시킨 뒤 유상증자와 외자유치를 혼합한 절충안을 내 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은 LG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진 장관의 입장이 공식화되자 하나로통신은 9일 뉴브리지·AIG컨소시엄과 계약을 하기로 했다. 임시주총에서 외자유치안이 부결될 경우 위약금 250만달러(약 30억원)를 내는 조건으로 배수진까지 쳤다. 최근 하나로통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유지창(柳志昌) 총재도 외자유치 찬성 발언을 하며 LG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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