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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9월 3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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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대도시에 할인점이 들어서면 주변 아파트 값이 10% 정도 오른다. 상권 형성 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생활이 편리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전반적인 상황은 일본과 아직 거리가 있다. 2000년대 들어 중소도시까지 대형 할인점이 진출하면서 일부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들이 “대형 할인점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설립하고 싶으면 ‘지역 법인’으로 만들라”며 압박하고 있다. 지역 영세 상인이 몰락하면서 지역 경제가 흔들린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사실 유통산업 현대화가 늦은 지방일수록 ‘할인점의 충격’은 크다. 4월 발표된 산업자원부의 조사결과 대형 할인점 주변의 중소 소매상인 10명 중 9명이 할인점이 생긴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고 응답했다. 평균 매출 감소율도 41.8%나 됐고 지방일수록 폭이 더 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자체가 할인점 설립에 대한 심의권을 가져야 한다’며 새로운 규제를 만들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한발 물러나 생각해보면 안타까운 점도 없지 않다.
대형 할인점을 반대한다고 해서 지역상권이 부활하고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일까. 굳이 이웃 일본의 사례는 아니더라도 대형 할인점과 소규모 상인이 공존하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할인점이 한국 유통산업을 현대화하고 소비자의 편익을 확대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을 구입하려고 인근 대도시로 쇼핑을 떠나거나 할인점 입점을 희망하는 지역 주민도 적지 않다. 품질과 가격을 따지는 경제논리가 아닌 규제 등으로 소비자를 지역상권에 묶어 둘 수 없다는 얘기다. 또 이윤 추구를 본령으로 하는 기업에 고용창출 납세 경제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을 넘어서 경영까지 간섭하는 것은 기업의 투자의욕을 위축시키는 ‘반(反)기업 정서’로 비칠 가능성도 크다.
정부에서도 나 몰라라 할 문제는 아니다. 지역 상인과 대형 할인점이 공존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가는 데 도울 일이 있다면 도와야 한다.
대형 할인점과 지역 상권이 공존하는 방안에 대해 전문기관에 컨설팅을 의뢰하거나, 소비자 지역상인 지자체 등이 대형 할인점 진출방식을 두고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박용 경제부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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