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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18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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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구 대우인천차(옛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선 ‘축제 분위기’가 느껴진다. 2001년 2월 대규모 정리해고로 회사를 떠난 1700명 가운데 지난해에 300명이 복직했고 한 달 전 416명이 추가로 재입사했다.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둘 늘면서 이를 자축하는 모임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제1공장 칼로스 조립라인에서 한 달째 현장 교육을 받고 있는 권순열(權殉烈·41)씨는 공장의 구석구석이 낯설지 않다. 20대 중반에 입사해 13년을 보내면서 청춘을 바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씨에게는 지난 2년5개월이 더 길게만 느껴진다.
“해고 통지를 받던 그날도 동료들과 모여 있었어요. 한 명씩 통보를 받았지요. ‘나는 빠지나 보다’며 안도하는 순간 전화가 왔어요.”
해고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아내는 어린 자녀를 두고 돈벌이에 나서야 했고 노모(老母)의 한숨 소리도 끊이질 않았다.
겨우 재취업한 곳이 휴대전화 관련 납품업체.
“‘2시간 근무, 10분 휴식’이 근무원칙이었지만 지켜지지 않았어요. 조립품이 끊임없이 밀려들기 때문에 휴식시간을 주지 않으면 화장실도 갈 수가 없었지요.”(권씨)
참다 못해 항의하면 “싫으면 나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1년여 만에 3곳의 직장을 떠돌아야 했다. 임금은 열악했다. 하루 2만3000원, 일상화된 하루 12시간 근무….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가 “아빠의 직장을 어디라고 써야 하느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여기저기서 일하는 일용직이다 보니 막막했던 것.
안에서는 몰랐던 많은 것들도 깨닫게 됐다. 남동공단의 한 자동차 협력업체에서 ‘대우차 직원들은 매일 시위만 하고 일을 하지 않는다’는 비아냥까지 들은 것. 권씨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 대우차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재입사자들의 근무여건은 해고 이전보다 열악하다. 근속수당이나 유류비 지원도 끊겼다.
하지만 회사에 불만은 없다. 그들 뒤에는 아직 복직하지 못한 동료들이 더 많이 남아 있고 회사의 울타리가 얼마나 큰 힘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엔진부에 재입사한 강융형씨(35)는 “회사가 불안정하니까 가정도 온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새시부에 다시 들어온 이철용씨(43)는 “마흔이 넘어 갈 곳이 없었다”며 “회사를 떠나보니 직장의 소중함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부평2공장이 ‘주야 2교대’에 들어가면 재입사시킬 것이며 이르면 2005년 하반기에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고자들에게 2년 뒤는 너무나 긴 아득한 세월이다.
대우인천차 김석환(金錫煥) 사장은 “GM대우차가 2005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대형 세단차가 제2공장에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와 남미로의 수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당초 예상보다 빨리 2교대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평공장은 작년에 15만대를 생산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25만대, 내년에는 약 40만대를 생산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부평=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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