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품, 인도 사로잡는다…올 수출 2배이상 늘어

  • 입력 2003년 8월 11일 17시 36분


“인도가 내구소비재 시장을 개방한 지 8년 동안 많은 외국 상품이 봇물처럼 밀려왔지만 결국 인도시장을 장악한 것은 한국 상품이다.”

11일 인도 콜카타발 UPI통신의 기사 첫머리다. 기사는 이어진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의 3대 기업이 인도시장을 혁신적 전략으로 공략한 결과 인도시장을 지배했을 뿐 아니라 다른 다국적 및 인도의 경쟁사들을 제쳤다. 한국 상품이 ‘값싼 대량생산 제품’ 정도로 취급되던 90년대와는 천양지차다.”

이 기사대로 90년대 중반 한국 업체가 처음 인도에 진출했을 때 브랜드 인지도는 ‘0’이었다. 그러나 한국 전자업체들은 인도 소비자들이 자사 브랜드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약점이 아닌 기회로 활용해 종합 정보기술(IT) 업체로서 이미지를 굳혔다.

삼성과 LG는 단순히 TV, 세탁기, 컴퓨터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냉장고를 작동시키고, 휴대전화를 통해 DVD로 영화를 녹화하는 하이테크 홈 네트워킹 제품 수출에 주력해서 인도 가정을 파고들었다.

11일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의 매출은 7억1700만달러로 98년에 비해 25배 늘어났으며, 삼성전자도 20배 이상 늘어난 6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현대자동차는 98년 이후 35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팔아 시장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올 들어 대(對)인도 수출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상반기(1∼6월) 대인도 수출액은 13억1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2.3% 늘어났다. 인도 수입시장 점유율에서 한국은 지난해 11위에서 올 상반기 5위로 뛰어올랐다. 특히 휴대전화 수출은 2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2880%의 경이로운 성장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인도에 특화된 상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R&D)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인도인들이 선호하는 저음전용 스피커(woofer) 사운드 기술을 도입했으며, LG전자는 인도인들의 건강의식을 고려해 전자파 차단 제품 수출에 주력했다.

최신형 모델 수출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다른 다국적 기업들에 앞선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인도 현지 관계자들은 “소니는 신제품을 인도시장에 들여오는데 한국 기업에 한참 뒤진다”고 말하고 있다.

강석갑(姜石甲) KOTRA 뉴델리 무역관장은 “인도는 평균 40%였던 실질 관세율을 앞으로 15년간 20%대로 낮추고 외국인 지분을 100%까지 허용하는 등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인도는 세계 2위의 소프트웨어 제조국답게 첨단 산업에서 앞서기 때문에 관련분야 장비 수요가 막대하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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