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6000만원과 현대차 경쟁력

  • 입력 2003년 8월 7일 18시 04분


현대자동차 노사의 임단협 타결로 15년차 생산직(40세 초반)의 연봉이 평균 6000만원에 육박하게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렇게나 많이…"라며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일부는 "그렇게 높은 임금을 주고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은 현대차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 여력은 있다=임단협 합의로 현대차 직원은 올해 1인당 평균 670만원 정도를 더 받게 된다. 여기에 현대차 직원 숫자인 5만 명을 곱하면 임금인상에 따른 현대차의 올해 추가 인건비 부담은 335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해 현대차는 매출 26조3370억원에, 순익 1조4440억원을 올렸다. 올해 1·4분기(1~3월)에도 6조854억원에 순익 4176억원을 올리는 등 내수 침체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좋은 편이다.

실적이 괜찮은 것은 아직까지 현대차가 '저가(低價)의 품질 좋은 중·소형차'를 생산해내는 데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 삼성증권에 따르면 미국 시장 점유율도 99년 0.4%, 2000년 1.4%, 2002년 2.23% 등으로 꾸준히 커지고 있다.

신흥 중산층을 중심으로 '마이카'붐이 일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쏘나타 생산을 시작한 베이징현대차도 순항 중이다.

내수시장에서는 기아차를 포함한 현대기아차그룹의 시장점유율이 75%에 달해 거의 독점에 가까운 상태다. 노조가 한달 넘게 파업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독점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위험도= 그러나 2005년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증권 김학주 애널리스트는 "국내에서 GM대우와 르노삼성이 2005년부터 국산 부품화를 시작하고 중대형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본격 생산하면 현대차의 시장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3.1% 이상으로 올리지 않으면 큰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우증권 조용준 애널리스트는 이번 임단협 협상에서 임금인상보다는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분석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은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인데 고용의 유연성이 없다면 불경기 때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는 2005년부터 미국 앨라배마 공장(연 30만대 생산 규모)이 본격 가동되고, 중국 공장의 생산규모가 현재 10만대에서 30만대로 확대되면 규모는 크게 늘어난다.

따라서 그 사이에 현대차가 생산성과 자동차 품질을 높여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 2005년은 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반면 실패한다면 또 다시 생산과잉의 위기를 맞는 것이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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