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차, 노사공멸의 길로 가나

  • 입력 2003년 7월 27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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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한 달 넘게 지속된 노조의 파업으로 해외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수출 물량을 제대로 선적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노사협상을 타결짓지 못한 채 1주일간 여름휴가에 들어갔다니 이러다가는 주력 산업의 하나인 자동차산업이 큰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대차는 러시아 이집트 말레이시아 파키스탄의 조립공장 가동을 이미 중단했으며 수출 물량 6만3000여대를 선적하지 못해 대외신인도에 금이 가고 있다. 회사측에 따르면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액은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생산 차질이 모두 손실로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회사를 망가뜨린 뒤 노조가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올해 현대차는 주5일 근무제 등을 놓고 재계와 노동계의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자체 조합원의 요구보다 상급단체인 민노총의 방침에 더 영향을 받고 있다. 회사측이 임금인상률 8.4%라는 양보안을 내놨지만 노조는 주5일 근무제와 비정규직 문제부터 타결짓자며 거부했다. 이러니 현대차 노조가 정치투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주5일 근무제는 노사정이 협상을 진행 중인 사안으로 단위 사업장의 파업 명분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2300여개 영세 협력업체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납품 중단으로 일거리가 없어지자 직원들을 휴가 보내고 휴업에 들어가는 협력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제사정이 나은 대기업 노동자들이 주5일 근무제라는 명분으로 근로조건이 열악한 영세업체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10년간 두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부분 또는 전면파업을 연례행사처럼 치러왔다. 이래서는 ‘세계 톱 5 자동차기업’이라는 목표 달성은커녕 현상 유지조차 어려울 것이다. 노조는 하루빨리 협상을 끝내야 한다. 더 이상의 파업은 노사가 공멸(共滅)하는 자해행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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