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편의적 예산운용 되풀이…잉여금 적게잡아

  • 입력 2003년 7월 22일 17시 36분


코멘트
정부가 세입예산을 적게 잡고 이에 따라 초과 확보된 재원을 바탕으로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편의적 예산 운용을 하고 있다.

22일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부는 세외(稅外)수입으로 분류되는 한은 이익잉여금을 과소 계상해 예산을 편성하고 이로써 매년 1조원을 초과하는 한은 이익잉여금을 발생시켜 이를 추경예산 재원(財源)으로 사용해 왔다.

추경예산 재원은 정부 예비비와 국채발행으로 충당하는 것이 예산회계의 기본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관행적으로 훼손해 온 것이다.

15일 국회를 통과한 4조5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 재원 중 9007억원은 정부가 예상한 한은 이익잉여금을 초과해 납부하는 방식으로 조달했다.

한은 이익잉여금은 한은이 보유한 외화자산 운용수익(연 10조원 규모)에서 통화안정증권 발행 비용(연 5조원)과 법인세 및 법정적립금 등을 뺀 것으로 전년도 이익금을 다음해 2월에 납부하게 된다.

예산 편성이 매년 8월에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다음해 2월 편입될 한은 이익잉여금의 연말 규모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오차가 4년 이상 계속 발생하고 있다.

신제윤(申齊潤) 재경부 금융정책과장은 “한은이 잉여금 규모를 보수적으로 잡고 운영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이 이익 전망을 보수적으로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 또한 추경예산 편성에 필요한 국채발행을 피하기 위해 한은 잉여금 전망을 더욱 낮게 잡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도 정부예산 편성 시한이 다음달로 다가오면서 정부예산의 효율성과 투명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감사원은 “정부가 불필요한 기금 운용을 통해 재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기획예산처에 24개 정부기금의 폐지를 촉구했다.

또한 1조원 규모의 국가정보원 예산이 정부예산 중 예비비와 정보비에 편입되어 국회의 효율적 예산감시기능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간 지적되어 왔다(본보 2002년 11월 7일자 참조).

한은 이익 잉여금 전망치와 실제 비교
연도세입예산한은 실제납부초과납입 규모
20031조6500억2조5507억9007억
20021조8500억3조7621억1조9121억
200101조1조
20005000억2조1조5000억
출처:한국은행 연차보고서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