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대한항공 등 한발씩 양보 "노사 상생…분규 몰라요"

입력 2003-06-26 17:58수정 2009-09-28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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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6시경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대회의실.

정성립 사장과 김국래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교섭위원들은 손을 굳게 잡았다. 올해 임금 인상안에 잠정 합의한 것이다. 지난달 2일 교섭을 위한 상견례를 한 지 48일 만이었다. 대우조선 역사상 최단기간 기록이었다. 노조 조합원들은 이렇게 마련된 합의안을 78.55%라는 역대 최고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대우조선의 임금 협상은 1987년 이후 으레 5, 6개월씩 걸렸다. 지난해만 해도 5월에 시작한 협상이 49차까지 계속되며 7개월을 끌어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 26일에 잠정합의안이 마련됐다. 그 기간 중에 노조 집행부의 임기가 끝나 새 집행부가 협상을 마무리했다.

대우조선 노조 김종식 사무국장은 “올해 임금협상이 빨리 끝난 것은 회사 측에서 최종 안을 일찍 제시해줬기 때문이다. 뙤약볕 아래에서 투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회사측에서 경영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호전된 경영 실적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수준의 임금인상안을 제시했다. 노조도 조합원의 복지와 회사 발전을 위해 대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이번 교섭 이후 현장에선 “노사 모두 승리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쪽에서는 양대 노총의 총파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노사가 서로 양보해 ‘상생’의 길을 찾는 사업장도 늘고 있다. 노조는 무작정 투쟁하는 대신 실리를 선택하고 있고 회사는 호전된 경영실적을 직원에게 나눠주어 보답하는 것이다.

95년 이후 9년째 무교섭 임금 협상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동국제강은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노사관계로 유명하다. 93년 이 회사의 노조가 “투쟁만으로는 안 된다”며 자발적으로 증산 운동을 벌였고 회사는 대폭 인상된 성과급으로 보답했다. 이듬해인 94년 동국제강 노조는 “항구적으로 파업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까지 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상반기 최악의 경영 실적을 기록한 대한항공은 당초 대규모 인력 감축을 계획했지만 긴급 노사협의를 통해 타협안을 마련했다. 복리 후생비 축소와 자발적인 명예퇴직으로 가닥을 잡은 것. 회사는 명퇴자 200여명의 재취업과 창업을 돕기 위한 컨설팅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삼성중공업의 후신인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임원회의를 노조 관계자에게 개방할 정도로 경영을 활짝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2001년 파업 때에는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했다. 전태옥 인사담당 부사장은 “‘원칙과 법의 준수’에 기반한 대화와 타협이 선진 노사 관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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