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LA 게임박람회 'E3']영화, 게임으로 거듭난다

  • 입력 2003년 5월 15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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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 타이거 우즈가 소니의 기자회견장에 화상으로 깜짝 출연했다. 우즈는 이날 자신의 집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행사장의 코미디언 세드릭과 골프게임을 했다. 두 사람은 EA사의 골프게임에 캐릭터로 출연하며, 이날 경기에서는 우즈가 패했다. 로스앤젤레스=나성엽기자
프로골퍼 타이거 우즈가 소니의 기자회견장에 화상으로 깜짝 출연했다. 우즈는 이날 자신의 집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행사장의 코미디언 세드릭과 골프게임을 했다. 두 사람은 EA사의 골프게임에 캐릭터로 출연하며, 이날 경기에서는 우즈가 패했다. 로스앤젤레스=나성엽기자

‘일이 신나는 곳(Where Business gets fun).’

1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E3의 슬로건이다.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 문이 열리자마자 1만4000여평 규모의 컨벤션센터는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대형 스크린과 멀티비전으로 치장한 전세계 400여개 업체의 부스에서는 고성능 스피커가 쉬지 않고 각종 효과음과 음악을 토해냈다. 그러나 왠지 그 소리들은 생소하지 않았는데….

▽영화의 게임화=이 업체들이 이날 행사에서 처음 선보인 게임들의 가장 큰 특징은 영화의 게임화. EA는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마지막편인 ‘Return of the King’과 역시 개봉 예정인 007시리즈 ‘Nothing or Everything’ 게임을 선보였다. 반지의 제왕 게임은 2000년에 1편 영화 개봉 전부터 제작에 들어갔다. 이듬해인 2001년 1편 ‘반지원정대’가 개봉됐을 때는 게임이 안 나왔지만 지난해 말 2편 ‘두 개의 탑’ 개봉과 동시에 게임이 시판돼 세계적으로 4000여만장이 팔렸다. 게임 2편은 이 영화의 완결편인 ‘Return of the King’과 함께 시판할 예정이다.

게임 개발사 액티비전 역시 미개봉영화인 ‘슈렉2’ ‘스파이더맨2’와 최근 개봉한 ‘미녀삼총사’의 플레이스테이션2(PS2)용 게임을 전시했다. 유비소프트는 저우룬파(朱潤發)와 장쯔이(章子怡)가 등장하는 영화 ‘와호장룡’을 게임화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인포그램의 새 브랜드인 아타리사는 영화 매트릭스의 온라인 게임 ‘메트릭스 온라인’을 내놓았다. 비벤디는 올 여름 개봉 예정인 ‘헐크’의 게임을 선보이면서 키 5m가량의 헐크 모형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질리안 앤더슨 등 출연진이 직접 목소리를 녹음하고 드라마 작가진이 게임 줄거리를 쓴 게임 ‘X파일’도 올 연말 시판 예정으로 미리 선을 보였다.

▽인터페이스 혁명=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I) 부스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아이토이’. 적외선 센서가 장착된 USB 카메라인 아이토이는 자사 게임기 PS2에 연결된 상태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의 모습을 찍어 TV에 등장시킨다. 게이머는 TV를 보면서 화면상에 그림으로 떠 있는 버튼을 눌러 게임을 조작하고, 게임상에서 내 손으로 유리창을 닦거나 날아다니는 새를 잡을 수도 있다. SCEI는 아이토이로 조작하는 게임을 연말까지 12개나 내놓을 예정. 엄지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는 컨트롤러를 사용하지 않는 아이토이는 게임 외에 쇼핑 교육에도 응용이 가능해 인터페이스의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SCEI측은 기대하고 있다.

▽비디오게임도 온라인시대=SCEI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비디오 게임기(콘솔) PS2와 X박스를 인터넷에 연결시켜 ‘온라인 게임기’로 개념을 바꾼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MS는 콘솔 사용자와 PC사용자가 함께 온라인상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둠3’ ‘리퍼블릭 코만도’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SCEI 역시 EA스포츠와 독점계약을 하고 2004년까지 미식축구 골프 축구 등의 온라인 스포츠 게임을 PS2로만 제공하기로 했다. 또 일본 스퀘어사의 인기 게임 ‘파이널판타지11’의 온라인판도 PS2로만 제공하기로 독점계약해 단기간에 온라인 게임 사용자 수를 늘린다는 전략.

SCEI 히라이 가쓰오 미국 지사장은 “이번 E3를 계기로 콘솔은 비디오 게임기가 아닌 온라인 게임기로 개념이 바뀔 것”이라며 “충분히 많은 수(Critical Mass)의 사용자를 먼저 확보하는 업체가 이 시장에서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스앤젤레스=나성엽기자 cpu@donga.com

▼대형부스 연 엔씨소프트 김택진사장 ▼

E3에서 국내 업체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337평의 독립부스를 연 엔씨소프트.

14일(현지시간) 행사장에서 만난 이 회사 김택진 사장(사진)은 “올해를 미국시장 공략 원년으로 삼겠다”며 부스를 연 배경을 설명했다.

김 사장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미국인 정서에 맞는 게임을 내놓기 위해 작년 11월 미국 게임 개발업체 아레나를 인수했다. 아레나가 개발해 온 그래픽엔진을 응용해 새로운 온라인 롤플레잉게임 ‘길드 워’를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 1·4분기 중에 미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아직 미국에는 한국처럼 품질 좋은 온라인 게임이 없다”며 엔씨소프트의 성공을 자신했다. 미국 EA사가 온라인 게임 ‘심즈’를 내놓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으나 사용자를 수만명밖에 모으지 못한 점을 들면서 “노하우 없이 마케팅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것이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E3를 계기로 비디오 게임(콘솔)기의 온라인 기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는 플랫폼업체이지 엔씨소프트의 경쟁상대가 아니다”라는 것. 리니지는 PC기반에서 작동하는 게임일 뿐이며 얼마든지 PS2나 엑스박스용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비디오 게임기가 온라인 게임기로 변신하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동안 꾸준히 콘솔분야 기술에 투자해 왔으며 여차 하면 엔씨소프트의 모든 게임을 콘솔용으로 내놓을 기술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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