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떠오르는 수출시장 인도

  • 입력 2003년 4월 22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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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한국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자동차의 경우 일본과 독일 업체를 제치고 2위, 냉장고 TV 전자레인지 세탁기 컬러모니터는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는 다음 중 어디일까요? ①중국 ②인도 ③터키 ④헝가리

(정답)=②인도.

인구가 10억명이 넘는다. ‘앞으로 중국에 맞먹을 거대시장’이라는 말을 듣기에 충분하다. 이곳에서 한국 기업들이 약진하고 있다.》

▽인도, ‘제2의 중국’ 시장되나=1·4분기(1∼3월) 중 한국의 대(對)인도 수출은 6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9%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한국 수출대상국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순위도 지난해 24위에서 1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22일 무역협회 집계).

이처럼 올해 대인도 수출이 급증한 것은 이 기간에 휴대전화 수출이 2억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5배나 증가했기 때문.

한국이 인도에서 잘 나가는 품목은 휴대전화 외에도 많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인도시장에서 11만1045대를 판매해 인도정부와 일본 스즈키사 합작사인 마루티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특히 경차인 산트로(국내 모델명은 아토스프라임)는 동급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현지에서 인기다.

또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냉장고 TV 전자레인지 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인도 가전시장은 한국산 제품이 좌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제품이 비싼 가격에도 인기다. 인도의 한 삼성전자 매장에서 현지 주민이 관심있게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 삼성전자

▽왜 한국 제품이 강세일까=자동차 가전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일본 업체는 왜 조용할까. 인도에서 4년 이상 근무한 뒤 지난해 귀국한 KOTRA 김문영 과장은 “한국 업체가 ‘선점효과(First Mover's Advantage)’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도한 규제 등 인도시장 특유의 리스크 때문에 일본 업체들이 머뭇거리고 있을 때 한국 업체들은 90년대 중반부터 과감하게 진출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인도 경제가 상대적으로 좋아지면서 뒤늦게 그 덕을 보고 있다는 것.

철저한 현지화 전략도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LG전자 현지법인은 부품 아웃소싱은 물론 제품개발과 마케팅전략 수립 등 중요한 업무를 현지인에게 맡겼다. 한국에서 파견된 인원은 법인 운영에 대한 자문과 모니터링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도 일찌감치 ‘인도 현지화 전략’을 수립해 현지 법인의 우수인력을 한국에 데려와 교육시키고 있다.

현대자동차 LG전자 삼성전자 등 인도에 진출한 ‘빅3’로 꼽히는 업체들은 일찍부터 현지에서 브랜드 전략을 수립해 공격적인 마케팅활동을 벌여왔다. 인도 최고 인기 스포츠인 크리켓을 활용한 스포츠마케팅을 하거나 국제영화제 스폰서를 활발히 해오고 있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 한국 업체들은 또 법인 운영 초기부터 홍보담당 에이전트를 별도로 두고 현지 언론에 홍보자료를 주기적으로 배포하는 등 브랜드 구축에 주력해 왔다.

인도시장을 공략하려는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인도에서 열린 국제 크리켓대회를 후원했다. 사진제공 LG전자

▽인도 시장, 과연 터질 것인가=인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절대 인구에 비해 구매력이 있는 소비계층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한국 기업들의 매출규모는 ‘10억명 시장에서 1, 2위’라는 시장점유율에 비하면 작은 편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 현지 법인의 지난해 매출액은 각각 6억달러로 추산된다.

그러나 품목별 매출 증가율이 20∼70%에 이르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최근 휴대전화의 판매 호조는 인도시장의 폭발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01년 500만명에 불과했던 휴대전화 가입자가 2002년에는 1000만명으로 늘었고 올해에는 30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종금 기업분석팀 민후식 팀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휴대전화 가입자가 100명당 1.05명에 불과하므로 성장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언제냐’ 이지만 아직도 시장에 불안요인이 많이 남아있어 전망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제품들의 성장 가능성도 결국 인도 정부의 정책기조와 실질 구매력 계층이 얼마나 늘어날지에 달려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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