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8개 해외법인 분식회계 총 3조4000억"

  • 입력 2003년 4월 21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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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기소한 SK글로벌 한국 법인의 분식회계(1조5000억원) 외에 SK글로벌 8개 해외 법인들의 분식회계 규모가 3조4000억원에 이른다는 법정 진술이 나와 큰 파문이 예상된다.

이 같은 진술은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김상균·金庠均 부장판사) 심리로 21일 열린 최태원(崔泰源) SK㈜ 회장 등 SK그룹 임원 10명에 대한 세 번째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한 문덕규(文德圭) SK글로벌 전무에 대한 신문 과정에서 나왔다.

이날 재판에서 재판장이 “피고인들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SK글로벌 국내 법인 외에 해외법인 채무를 분식 회계한 규모가 3조4000억원이라고 돼 있는데 맞느냐”고 묻자 문 전무는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최 회장은 같은 질문에 대해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문 전무의 법정 진술이 사실일 경우 SK글로벌의 국내와 해외 법인을 합산한 분식 규모는 무려 4조9000억원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다 SK글로벌의 외부 감사인인 영화회계법인이 최근 손실 처리한 4800억원을 합하면 전체 분식 규모는 5조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올해 2월 실시한 SK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SK글로벌의 해외 법인 분식회계 규모 등이 정리된 내부 보고서 및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그러나 해외 법인의 회계장부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분식회계 여부 및 규모를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해외 법인은 해당 국가의 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해외 법인 분식회계를 국내법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SK글로벌 국내 법인이 해외 법인에 지분 투자한 2501억원을 1조5000억원에 이르는 국내 법인 분식회계 혐의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담당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SK글로벌 관련 수사 기록에는 ‘해외 법인의 분식회계’라는 용어가 포함돼 있다”며 “그러나 그 의미가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본래 의미의 분식회계인지, 채무 명목을 다르게 기재했다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SK글로벌측은 “문 전무가 재판장의 신문 내용을 해외법인의 부실 규모에 대해 묻는 질문으로 잘못 이해하고 법정에서 그렇게 진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SK글로벌 관계자는 “이번에 나온 3조4000억원이라는 액수는 검찰수사 기준시점인 2001년 말 기준 해외지급보증액 3조2000억원과 해외 법인 출자금 2500억원을 합한 것 같다”면서 “해외 지급보증액은 2002년 말 기준으로 2조4000억원으로 줄었기 때문에 현재 기준으로 환산한 SK글로벌의 총부채규모(8조5000억원)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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