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황따라 박스권 등락 거듭할듯…'전쟁주가' 걸프전때와 비슷

  • 입력 2003년 3월 26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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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국제 유가와 한국 주가의 움직임은 1991년 걸프전 때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와 유가의 단기양상은 비슷〓91년 걸프전 당시 종합주가지수는 개전일인 1월17일과 다음날인 18일 불확실성 해소를 재료로 개전 초 급락 예상을 뒤엎고 각각 4.6%와 4% 올랐다.

하지만 18일 이라크의 이스라엘에 대한 스커드미사일 공격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져 19∼23일 나흘 연속으로 5.7% 하락했다. 이후 한 달간은 전황에 따라 박스권에서 오르내렸다. 2월 중순 지상군 투입이 임박하면서 상승세로 방향을 튼 주가는 지상군 투입과 함께 고점을 찍었다. 유가는 전쟁기간에 대체로 주가와 정반대로 움직였다.

이번 이라크전에서도 주가는 전쟁 발발일인 20일과 21일 불확실성 해소와 조기 종결 기대로 각각 4.9%와 1.3% 올랐다. 24, 25일에는 이라크군의 저항이 예상 외로 거세지자 각각 1%, 2.6% 하락했다. 유가는 20∼24일에 주가와 정반대로 움직였고 25일에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시장 주도주의 교체 양상도 비슷하다.

두 경우 모두 개전 직후 장세를 주도한 것은 금융업종과 건설업종이었다. 걸프전 당시 단기급등 후 횡보장세에서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철강금속, 기계, 비금속업종. 이번에도 24, 25일의 조정장에서 기계, 비금속업종이 강세를 나타냈다.

동원증권 강문성 연구원은 “이번 전쟁기간에 주가는 걸프전 때처럼 좁은 박스권에서 전황에 따라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쟁 양상은 다르다〓석유 수급 여건이나 전쟁의 전개 양상은 다르다는 의견이 많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팀장에 따르면 걸프전 때 석유 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였으나 지금은 수요 초과 상태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유가가 오를 때 많이 오르고 떨어질 때 적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주가의 흐름도 크게 달라졌다. 걸프전 때는 개전 이후 줄곧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번에는 전황에 따라 출렁거리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전쟁 자체의 흐름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미국은 91년에는 한 달 남짓 공습을 하다가 막판에 지상군을 투입했지만 이번에는 개전 초기에 지상군을 투입했다. 이에 따라 미영 지상군의 전사자 수가 전쟁의 흐름을 바꿔놓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쟁이 3개월 이상을 끌 경우 증시에는 약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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