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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3월 25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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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전 언뜻 사내 게시판에서 ‘모유유축실’이 생긴다는 것을 본 기억이 났어요. 출근하자마자 확인해 보았지요. 요즘에는 점심시간에 모성보호실에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없이 젖을 짜 냉장고에 보관하고 퇴근할 때 가져갑니다.”
4개월 전 둘째를 출산한 이혜경씨(32·네트워크사업부) 역시 모유유축실을 이용해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하고 있다. 모성보호실이 생기기 전에는 휴게실에서 문을 잠그고 젖을 짜 사내병원 냉장고에 보관하느라 번거로웠다.
“첫째(21개월)는 출근 때문에 한달반 정도 젖을 물리다 끊었습니다. 둘째는 아토피 피부라 병원에서 모유수유를 권해요. 요즘은 모유수유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하네요. 선택이라면 고민하겠지만 필수라니 모유수유를 해야겠고 회사에서도 뒷받침을 해 주니 고마울 수밖에요.”
삼성전자가 민간기업 최초로 모유를 짜서 보관하고 임신이나 생리통으로 몸이 불편할 때 쉴 수 있는 ‘모성보호실’을 마련해 여성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21세기 아카데미 2층에 최근 40평 규모로 만든 여성인력개발센터 ‘위민스 드림 플라자’에는 살균건조기 냉장고 싱크대 소파 커튼을 구비한 모유유축실과 침대가 놓인 모성보호실 외에 상담실 학습자료실 테마전시관 등을 갖췄다. 수원사업장 근무인원 2만명 중 여성은 4000명.
송혜경 소장은 “한해 70∼80명이 출산휴가를 낼 정도로 영아를 키우는 여성이 많다”며 “예전에는 모유유축실이 없어 화장실을 이용하는 등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위민스 드림 플라자’는 또 기존 여성상담소의 기능을 강화해 여성인력개발을 위한 각종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송 소장 외에 두명의 상담원이 오전 8시반∼오후 5시반 상담에 응한다.
최근 결혼한 유지은씨(26·총무부)는 “1998년 8월 유니폼이 없어져 탈의실이 사라지고 소파가 남성흡연자들에 의해 점령당한 뒤 여사원들만의 공간이 없어졌다”며 “고민이 있어도 동료들과 수다로 풀거나 생리통이 있어도 잠시라도 발을 뻗을 수 없었는데 여성들만의 공간이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미혼인 김세진씨(22·인사부)는 “퇴근 후 사내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수업이 시작되기 전 여기서 30분∼1시간이라도 공부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역시 미혼인 김동숙씨(29·보안부)는 “여자라서 대접받는 느낌”이라며 “이곳이 많이 알려지고 많은 사람이 찾아 부서장 눈치 안 보고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원=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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