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채 가산금리 1.75%로 급등…정부 "보유달러 매각검토"

  • 입력 2003년 3월 11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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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계속 악화되면서 한국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가 1.75%까지 올랐다.

11일 재정경제부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장에서 거래된 10년 만기 외평채의 가산금리는 미국 재무부채권(TB) 기준 1.75%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1월1일자로 가산금리 산정 기준이 TB 10년물에서 TB 5년물로 변경된 이후 최고 수치이다. 종전 최고치는 지난해 1월31일의 1.55%였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지난달 말부터 오르기 시작한 가산금리는 5일까지만 해도 1.37%로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다음날 1.54%로 0.17%포인트 오른 데 이어 7일 1.62%, 10일 1.75%로 잇따라 최고치를 경신했다.

재경부 당국자는 “외평채 가산금리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98년 말에는 3.75%까지도 올랐었다”며 “그러나 1.75%는 지난해 이후 최고 수치로 외국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재경부는 4월15일 만기가 돌아오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5년 만기) 10억달러의 차환 발행(이미 발행한 채권을 상환하려고 새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재경부 당국자는 “외평채 가산금리는 한국 금융기관 등이 해외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릴 때 기준금리가 되므로 가산금리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뚜렷해지고 있는 원화가치 약세(원화환율 상승)가 더 심각해지면 정부 보유 달러를 팔아 원화가치를 지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의 강력한 개입의지가 전해지면서 원-달러환율은 일단 진정되는 기미를 보였다. 정부는 또 증권시장을 살리는 추가대책을 마련키로 했으며 연체율이 높아지는 신용카드사에 대해서는 강력한 자구노력을 유도키로 했다.

정부는 11일 김광림(金光琳) 재정경제부 차관 주재로 유지창(柳志昌)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박철(朴哲) 한국은행 부총재 등이 참석한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회의 후 김 차관은 “정부가 환율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하면 적절한 시장안정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경부 당국자는 “적절한 시장안정조치란 외환수요공급 조절에 정부가 나서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이 전해지자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달러당 1229.90원으로 전일보다 8.60원 하락했다(원화가치 상승).김 차관은 또 “자산운영법 조기 제정, 기업연금제도 도입, 배당지수 개발,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 조기 도입 등 중장기 증권제도 개선방안을 추진하면서 증시상황에 따라 추가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고 말했다.정부는 이와 함께 최근 신용카드 연체율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 카드회사에 대한 금융감독을 강화하고 자체 경영개선 노력을 유도키로 했다.무이자할부 등 출혈영업을 자제해 영업수지를 개선토록 하고 필요하면 대주주의 증자 등 강력한 자구노력을 유도하겠다는 것.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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