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업무보고 내용]"가계대출 만기연장 유도"

  • 입력 2003년 3월 10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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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재정경제부의 첫 업무보고에는 최근 경기에 대한 위기의식이 짙게 배어 있다. 현재 흐름을 그대로 두다가는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미국-이라크 전쟁, 북한 핵문제 등 대외적인 여건은 어쩔 수 없지만 기업투자활성화 유도를 위한 규제개혁 등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또 노 대통령이 선거과정에서 공약한 각종 조세, 재벌, 금융 개혁과제를 추진하되 사안에 따라 경제계에 미치는 충격이 약한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투자 활성화에 초점〓재경부는 시장을 안정시키고 투자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당면 경제정책 운영방향’과 ‘개혁과제 추진일정’을 이달 안에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재벌개혁, 노동정책, 외국인투자유치 방안 등 기업들에 혼선을 주고 있는 정책이 대부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는 또 신용불량자가 급증하는 등 최근 금융시장 불안과 관련해 가계대출의 증가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보고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72조원의 가계 대출에 대해 만기연장과 대환(代換)대출을 적극 유도키로 한 것.

또 증시에 대해서는 단기 부양책보다는 장기간접주식투자상품에 대한 세제혜택을 강화하고 원금보전형 장기주식투자펀드 상품 개발을 허용키로 했다.

노 대통령도 “연기금의 주식투자폭을 늘리기 위해 자산운용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핵심사업을 놓고 논란을 빚었던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추진과 관련해서는 상하이 및 싱가포르와의 경쟁관계를 감안해 일단은 ‘물류중심기지화’로 가닥을 잡았다.


▽기업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의 ‘개혁’ 추진〓노 대통령은 이날 “시장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시장친화적인 효율적 방법으로,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속도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급진적 개혁’에 대한 경제계의 불안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개혁과제 가운데 야당과 재계에서도 어느 정도 수용 의사를 밝힌 증권분야 집단소송제부터 조기 도입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소송남발을 방지하는 보완장치를 함께 마련, 4월 임시국회에서 입법화해 6, 7월경 시행할 계획이다.

조세정책은 지난 대선 때의 공약이 대부분 반영됐다.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제도는 연내에 도입하고 자영사업자에 대한 현금영수증카드제도를 도입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법인세 인하는 세수(稅收) 사정을 감안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키로 했다.

▽경기대책 효과는 불투명〓재경부의 업무보고에 포함된 경기 및 증시대책에 대해 경제계는 “대체로 옳은 방향이지만 효과는 미지수”라는 반응을 보였다.

신성호(申性浩) 우리증권 이사는 “북한 핵문제 때문에 정부 정책이 증시를 부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정부가 발표한 세제혜택이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시행될 때까지 시차가 있고 기관투자가에 대한 대책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조동근(趙東根)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 수출 투자 중 지금 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는 투자밖에 없다”며 “기업의 투자 활성화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인데 그러려면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錫) 상무도 “규제를 완화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다”라며 “다만 기업의 투자 의욕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고려해 볼 때다”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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