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짓 가라사대" 아십니까…신경제 거품붕괴와 함께 퇴출

  • 입력 2003년 3월 10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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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비롯한 첨단기술주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던 1999년, 미국 뉴욕 월가에서는 ‘블로짓(blodget)’이라는 말이 상식으로 통했다.

‘공자님 가라사대’처럼 ‘블로짓이 말하기를’이라는 뜻을 담은 이 말은 메릴린치증권의 인터넷 애널리스트였던 헨리 블로짓의 이름을 딴 것.

블로짓은 인터넷서점인 아마존닷컴의 주가가 157달러이던 1998년 말 목표주가를 400달러로 제시했다. 2.5배나 높아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았지만 3주 후 아마존닷컴의 주가는 400달러를 넘어섰다. 블로짓은 인터넷기업의 최고 권위자로서 ‘to bloget’이라는 말을 유행시킬 정도로 명성을 자랑했다.

신경제 열기가 꼭지를 향해 치닫던 1999년 9월, 워싱턴포스트 기자였던 짐 글래스먼과 이코노미스트 케빈 하셋은 ‘다우 36,000:주가 상승기에 돈버는 새로운 전략’이란 책을 썼다. 지금 생각하면 엉터리였지만 돈을 벌 달콤한 꿈에 젖어있던 사람들은 너도나도 책을 사들여 베스트셀러가 됐다.

하지만 2000년 3월10일 5,048.6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나스닥지수는 현재(7일) 1,305.29로 75% 가까이 폭락했다.

블로짓은 2001년 말 500만달러(약 60억원)의 벌금을 내고 메릴린치를 떠났다. 하셋과 글래스먼은 그후 ‘거품론(Bubbleology)’과 ‘위대한 투자자의 비밀번호’라는 책을 냈지만 외면을 당했다.

정보기술(IT) 거품 때 인기를 끌다가 지금은 사라진 사람은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 미국 온라인 증권뉴스 회사인 더스트리트닷컴에서 활약하던 짐 크레이머는 1999년 2월, 대박 종목 10개를 제시했다. 724솔루션 아리바 엑소더스 잉크토미 소네라 등 그가 꼽았던 종목은 대부분 90% 이상 폭락했다.

2000년 1월10일, 타임워너와 1740억달러 규모의 기업인수합병(M&A)으로 월가를 깜짝 놀라게 했던 AOL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케이스는 올 1월 사임을 발표해 5월이면 AOL을 떠난다. AOL이 지난해 시가총액보다도 많은 987억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나스닥 시가총액 상위 10위 기업 변화 (단위:억 달러)
기업2000년 3월시가총액2003년3월7일시가총액
마이크로소프트5,211.62,128.4
시스코4,497.0984.8
인텔4,015.51,107.7
오라클2,324.1475.5
선마이크로시스템즈1,482.0109.9
MCI월드콤1,325.2-
델컴퓨터1,307.9596.3
야후937.5123.2
퀄컴874.1270.5
JDS유니페이스864.540.6
자료:월스트리트저널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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