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기 투자전략]시가배당률 높은 종목 노려라

  • 입력 2003년 3월 2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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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시에선 유망종목 찾기가 한창이다. 증시 하락이 1년 가까이 계속되면서 지수보다는 재료를 가진 개별종목이 오르는 주가차별화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를 맞아 ‘가치의 성장’(고수익률)보다는 ‘가치의 보전’(수익률은 좀 낮더라도 안정적인 수익률)이 중요해지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고 있다. 외국인이 많이 갖고 있는 대형 우량주보다 중소형 가치주나 경기에 영향을 덜 받는 공기업이 각광받고 있다. 증시 침체기에도 ‘꼿꼿한 시세’를 내고 앞으로 틈새시장을 만들 테마와 투자전략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

부산은행 주가는 지난달 28일 주당 5030원에 마감돼 1월23일보다 14.5%나 올랐다. 이 기간 중 종합주가지수가 8.0%나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익률이다.

한국가스공사는 2월25일 주당 2만6900원에 마감돼 2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매물로 이후 사흘간 7.1% 떨어졌지만 2월 초에 비하면 여전히 7.5%나 올랐다.

반면 국민은행은 최근 4일 동안 11.8%나 폭락해 2001년11월 주택은행과 합병한 뒤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삼성전자(9.7%)와 SK텔레콤(5.2%)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우량주도 급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증시에 ‘패러다임 시프트’가 조용하지만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동안 잊혀졌던 소외주가 급등하는 반면 외국인과 기관들이 선호하던 전통적인 블루칩(우량주)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증시흐름을 바꾸고 있는 요소 중 하나는 시가배당수익률.

부산은행은 1월23일 주당 300원을 배당한다고 공시했다. 당시 시가로 따진 시가배당률은 6.8%였다. 2001년에 배당을 주지 못했던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

가스공사도 2월7일 주당 1500원 배당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보다 400원(36.3%)이나 늘어난 것으로 시가배당률도 6.1%나 됐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주당배당금은 1000원. 전년(400원)보다 2.5배나 늘어났지만 시가배당률은 2.5%에도 못 미쳤다. 삼성전자도 주당 배당금은 5500원이었지만 시가배당률은 1.6%에 머물렀다. SK텔레콤은 액면보다 3.6배나 많은 1800원을 배당했지만 시가배당률은 불과 0.75%였다.

시가배당률의 차이는 외국인의 매매 차이로 이어져 주가의 희비를 갈랐다. 외국인은 부산은행을 2월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순매수해 지분이 11%대에서 16%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반면 국민은행은 2월13일부터 연일 팔아치우고 있다. 삼성전자 SK텔레콤도 매도우위가 이어지고 있다.

시가배당률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2월26일부터 시가배당률 공시가 의무화돼 액면배당률은 밝힐 수 없게 됐다. 액면배당률이 높아 ‘착시(錯視)현상’을 일으켰던 일이 이제부터 불가능해졌다.

둘째, 상반기에 배당지수가 선보인다. 배당지수는 배당실적이 우수한 기업 약 50개로 구성될 예정. 배당지수에 포함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에 주가차별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증시가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외국인도 시가배당률이 금리보다 높은 종목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투자를 많이 하는 미국계 자산운용회사 ‘캐피탈’은 최근 가스공사 보유지분이 5%를 넘었다고 신고했다. 또 부산은행 주식도 대거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배당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유망한 것은 아니다. 배당을 받은 뒤 주가가 배당수익률보다 더 떨어져 손해를 보는 종목이 적지 않기 때문. 동원투자신탁운용 이채원 투자자문본부장은 “경기민감도가 낮고 수익이 안정적으로 증가해 4∼5년 꾸준히 배당하는 종목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2002년 배당수익률 높은 기업 (단위:%)
기업액면배당률시가배당률
신대양제지2017.92
희성전선1211.88
경남에너지2010.10
대한전선2010.27
화승알앤에이109.23
LG전선209.30
SK가스258.74
LG상사88.25
조광페인트308.62
세종공업308.20
동일패브릭127.92
중외제약137.25
LG칼텍스정유257.40
캠브리지157.43
경동도시가스206.72
현대약품146.59
보령제약126.59
한국프랜지126.17
계룡건설126.24
풍산126.08
한국포리올235.51
LG건설205.54
시가배당률은 주당배당금을 2월27일 종가로 나눈 것. 자료:동원투자신탁운용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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