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5개월만의 순매도 "왜?"…위험부담에 투자 꺼려

  • 입력 2003년 2월 23일 19시 41분



외국인이 거래소에서 5개월 만에 순매도를 나타내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종합주가지수 600 아래에서도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 팔아 투자 심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23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2월(3∼21일) 중에 209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에서도 490억원어치를 내다 팔아 1월(354억원)에 이어 두 달째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외국인이 남은 5일 동안 주식을 대량으로 순매수하지 않아 2월에 순매도를 나타내면 작년 9월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매도 우위를 나타낸다. 외국인은 그 동안 종합주가 700 아래에서 샀다가 800 이상에서 팔아 차익을 남기는 매매를 보였다. 97, 98년의 외환위기와 2000년 9월의 대우 위기 및 ‘9·11테러’와 같은 특별한 악재가 있을 때는 400∼500대에서도 순매도를 했다.

하지만 올 2월에는 종합주가가 570선까지 떨어졌다가 600선을 겨우 회복해 평균지수가 591.64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매수보다 매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주(17∼21일)에도 국민은행(334억원) 포스코(333억원) 기아자동차(280억원) SK텔레콤(206억원) 등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613억원, 우선주 129억원 포함) LG투자증권(125억원) 쌍용자동차(119억원) 현대모비스(109억원) LG전자(76억원) 등을 순매수했지만 추세가 바뀌었다고 보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25일 출범하는 새 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아 한국의 국가위험(Country Risk)이 높아지고 있어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다. 한국 기업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외국인의 투자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

한 외국 증권사 서울지점장은 “이라크 문제가 해결되면 북한 핵문제가 본격적인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며 “한국의 국가위험이 높아져 원-달러환율이 오르고 한국 경제가 6개월∼1년 동안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외국 투자자가 많아 외국인은 매도 우위에 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도 “한국 경제의 성장률과 기업의 이익증가율을 낮추는 기관들이 늘고 있다”며 “원-달러환율이 달러당 1200원 아래로 떨어지는 원화 강세가 나타나지 않는 한 외국인은 주식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 상반기 중 종합주가지수 평균은 646이어서 큰 폭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함춘승 전무도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1%라도 가능성이 있는 위험은 피하려고 한다”며 “경기는 꺾여 있고 전쟁 리스크가 있는데 굳이 한국 주식을 살 외국인은 많지 않다”고 밝혔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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