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孫부회장 사의 속뜻은?…"새정부와 관계정상화위해"

  • 입력 2003년 2월 11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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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그룹들 사이에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정치 경제적 여건이 지극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의견 조율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손병두(孫炳斗)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이 물러날 뜻을 내비쳐 “재계가 정부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구본무(具本茂) LG 회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의 집무실을 방문한 손길승(孫吉丞) 신임 전경련 회장에게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98년 반도체사업 빅딜 이후 전경련에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구본무 회장이 손 회장 취임을 계기로 그동안의 앙금을 풀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0일 미국 출장을 떠난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차 회장도 이날 출국 전에 손 회장과의 통화에서 축하와 협조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11일에도 대한항공 조양호(趙亮鎬) 회장, 금호그룹 박삼구(朴三求) 회장을 만났으며 12일엔 포스코 유상부(劉常夫) 회장을 방문할 예정. 해외 출장 중인 삼성 이건희(李健熙), 두산 박용성(朴容晟), 한화 김승연(金昇淵) 회장과 롯데 신동빈(辛東彬) 부회장측에도 면담 요청을 해놓았다. 전경련 회장이 취임 직후 주요 그룹 회장들을 차례로 방문하는 것은 거의 없는 일로 어려운 상황을 합심해 헤쳐나가자는 취지로 보인다.

한편 손병두 부회장이 물러날 뜻을 밝혀 전경련 사무국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 부회장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훌륭한 회장님을 모신 것으로 내 임무는 끝났다”면서 “친구(진주중학교 동기) 사이라서 신임 회장님이 일하기에 편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손 부회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등 정치권 일부에서 “전경련이 극우적 시각을 버리고 국가 경제의 동반자로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손 부회장을 직접 지목하기도 했다. 즉 정부와의 관계정상화를 위해 손 부회장이 2선 후퇴한다는 풀이다.

그러나 손 부회장이 새 회장단의 재신임을 묻는 절차일 뿐이라는 해석도 있다. 인수위원회 관계자는 “민간단체의 회장단 문제는 정부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고 밝혔다.손 부회장은 1997년 2월 전경련 상근 부회장에 선임돼 만 6년 동안 전경련을 이끌어 왔다. 전경련은 20일 월례 회장단 회의에서 이 사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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