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텔레콤, 한국 대표주 ‘흔들’

  • 입력 2003년 2월 9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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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주가가 연일 급락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최저점 밑으로 떨어진 7일 종합주가지수는 이들 두 종목이 끌어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삼성전자(19.1%)와 SK텔레콤(5.7%)의 시가총액은 거래소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흔들리면 증시 전체도 하락세를 면할 수 없다.

▽삼성전자〓주가는 7일 사흘째 하락해 전날보다 9000원(3.18%) 떨어진 27만4000원에 마감했다. 외국인들은 이날 629억원어치에 해당하는 23만주를 팔아치웠다. 불확실한 정보기술(IT) 경기, 북한 핵문제 악화 등과 함께 D램 반도체 가격의 급락으로 실적 부진 우려감이 높아진 게 원인이었다.

256메가 DDR D램의 가격은 전날보다 3.47% 낮은 3.90달러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3달러까지 하락하고 삼성전자의 주가는 일시적으로 25만원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단기적인 수급 악화는 주가를 더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선 D램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삼성전자는 경쟁업체보다 원가가 40% 이상 낮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된다. 현재 주당순자산가치(PBR)도 1.6배로 IT 경기가 사상 최악이었던 2001년의 1.2배, D램 경기 급락으로 적자를 냈던 96년의 1.0배보다 높다. 휴대전화 단말기 부문의 실적도 좋다.

대우증권 정창원 애널리스트는 “지정학적 리스크(북핵 문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외하면 주가가 더 떨어질 요인은 없다”며 “단 주가는 4월 이후 D램 가격 상승이라는 반전 모멘텀이 있어야 본격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급격한 주가하락으로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7일 한때 15만7500원까지 급락한 뒤 전날보다 1만원(5.87%) 떨어진 16만5000원에 마감됐다.

6일 콘퍼런스 콜에 대한 실망감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인들이 대거 팔자 물량을 내놓은 결과다. 투자자들은 기대치에 못 미친 지난해 4·4분기(10∼12월) 실적과 과다한 마케팅비용, 불확실한 W-CDMA 부문의 설비투자 확대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가 싸기 때문에 잠깐의 기술적인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3월 말까지는 혼조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1·4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투자계획을 일차적으로 검증받는 4월 초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

LG투자증권 정승교 연구원은 “SK텔레콤이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시장친화적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수행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며 “무선인터넷 매출 부문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 등으로 볼 때 6개월 적정주가는 27만원”이라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많지만 조만간 흐름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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