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외국인투자규제 완화로 한국서 10억달러 이탈 가능성"

  • 입력 2003년 1월 22일 18시 30분


대만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외국인 주식투자 규제완화 방안의 영향으로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장기적으로 10억달러가량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래에셋증권 안선영 연구원은 2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만의 규제 철폐로 모건스탠리 이머징마켓지수를 산출할 때 적용하는 시가총액 가중치가 현재의 55%에서 100%로 높아지면 대만 증시에는 60억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유입되는 대신 한국 증시에선 10억달러가 빠져나갈 것”이라고 추정했다.

모건스탠리 이머징마켓지수는 이머징마켓 투자자들의 80∼90%가 참고하는 벤치마킹지수. 현재 이 지수에서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비중은 22%로 남아프리카공화국(17.8%) 대만(12.3%)보다 높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증시는 선진국시장지수에 포함돼 있다.

국가별 투자비중은 해당국 증시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대만의 경우 증시 개방이 미진하다는 이유로 2001년 5월 시가총액 반영 비율이 80%에서 55%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대만 정부는 7일 외국인 투자자의 증시 참여 자격요건을 완화하고 파생상품 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의 규제 완화책을 발표했다. 대만 정부는 나아가 2005년까지 외국인 주식투자 관련 규제를 완전히 철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획대로 된다면 대만의 시가총액 가중치가 늦어도 2005년에는 100%로 상향조정된다.

규제 완화책의 효과는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대만 증시에서 3억1000만달러어치를 순매도했던 외국인들은 올 들어 현재까지 6억1000만달러어치를 순매수하면서 대만 증시 주가지수를 10% 남짓 끌어올렸다. 대만 증시는 올 들어 전 세계에서 아르헨티나 증시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안 연구원은 “대만 증시의 시가총액 가중치가 100%로 높아지면 지수상 대만 투자비중은 12.3%에서 23%로 10%포인트 이상 늘어난다”면서 “특히 대만과 경쟁 관계에 있는 정보기술(IT) 업종에서 한국 증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 IT기업들이 대외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자금 이탈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 이머징마켓지수 내 대만 투자비중의 상향조정 여부는 빠르면 2월말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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