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3년 1월 20일 18시 2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펀드시장이 위기다. 펀드자금은 늘었지만 단기 부동(浮動)자금이 절반을 차지한다. 낮은 금리와 채권시장의 난조로 펀드매니저들이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 반면 고질적인 단소(短小)펀드의 난립 현상은 다소 개선됐다. 새해에는 통합자산운용법안이 도입되는 등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도 예상된다.
한국 펀드시장의 현재와 새해 전망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자금 단기 부동화 심각=백경호 국민투신운용 사장은 “지난해 펀드자금 구조의 질은 더욱 나빠졌다”며 “간접투자자금이 자본시장과 경제에 도움이 되려면 장기 안정자금이 많아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라고 말했다.
투자신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투신권 전체의 펀드 설정액은 174조1737억원으로 2001년 말보다 12.3%(19조1367억원) 늘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절반은 단기채권형 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에 들어있어 단기부동자금 현상이 극심하다.
단기채권형 설정액은 2001년 말보다 10조원가량 늘어난 37조1102억원으로 전체의 20.5%를 차지했다. MMF 자금은 14조원가량 늘어난 49조4822억원으로 27.3%.
투신협회는 “이 돈은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언제든지 급속하게 이동할 수 있어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어려운 자금”이라고 지적했다.
주식에 자금의 60% 이상을 투자하는 주식형의 설정액은 전체의 5.8%인 10조4831억원에 불과했다. 투신사들이 기관투자가로서 증시를 떠받칠 힘이 크지 않다는 뜻.
▽채권형 펀드 수익률 비상=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설정액 1000억원 이상인 전체 채권형 펀드의 평균수익률은 5.40%로 좋지 않은 편이다.
금리가 최저 수준이지만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기업들이 채권을 발행하지 않아 펀드의 투자 대상인 회사채 물량이 부족했다. 그나마 물량이 많았던 카드회사채는 하반기 들어 신용등급이 나빠져 리스크가 커졌고 거래도 잘 안 됐다.
이병렬 대한투신운용 채권운용1팀장은 “금리위험 신용위험 유동성위험 등이 겹쳐 채권형 펀드들의 수익률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유병득 한국투신운용 사장은 “올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여 채권형 펀드를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각 회사의 희비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 장대(長大)화 현상은 완연=한국은 펀드가 많고 규모가 작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투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펀드 수는 5855개로 전년 말보다 818개 줄었다. 1999년 1만3544개를 나타낸 이후 수가 줄어드는 추세가 완연하다.
펀드의 대형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펀드 1개의 평균설정액은 2001년 말 232억원에서 지난해 말 수익증권 295억원, 뮤추얼펀드 408억원으로 늘었다.
설정액 500억원 이상 펀드 수는 880개로 수량 기준으로는 전체 펀드의 15.3%, 설정액 기준으로는 전체의 76.8%를 차지했다.
그러나 투신협회는 “미국 펀드의 평균 규모가 7억9000만달러(약 9480억원)인 것에 비하면 아직은 더 커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신석호기자 kyl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