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 서울 주춤 경기 들썩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수익성 위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시공사 선정이나 사업승인과 같은 ‘고전적 호재’가 무조건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당연히 ‘묻지마 투자’도 사라졌다.

수익성이 중시되면서 나타난 현상은 서울과 경기지역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이 역전된 것. 연말 풍성한 재건축 재료가 쏟아진 서울에서는 급매물까지 출현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 재건축 아파트는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재건축 특수 실종〓이 달 사업승인을 받기로 확정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3단지 15평형 매매가는 3억6500만∼3억7500만원. 지난주보다 500만원가량 떨어졌다. 사업승인은 재건축을 위한 마지막 행정절차다. 이 때문에 사업승인을 전후로 가격이 뛰는 게 일반적이다.

잠실동에 있는 부동산중개업체 ‘에덴공인’ 김치순 사장은 “지난달 사업승인이 예고된 뒤 가격이 소폭 오를 조짐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도리어 값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잠실 저밀도지구에서는 시세보다 300만∼500만원가량 싼값에 가급적 빨리 팔아달라고 요구하는 급매물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0일 재건축 기본계획이 고시된 서초구 반포지구도 마찬가지. 18평형이 5억1000만∼5억2000만원선이다. 기본계획 발표 이후 소폭 올랐지만 거래가 전혀 안 된다.

강남구 개포동에서는 급매물이 일단 멈췄다. 가격 하락도 진정된 상태다. 하지만 겨울방학이 다가와도 매수세가 없어 가격이 올해 중반 시세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물 오른 경기도〓광명 등 경기지역과 인천의 재건축아파트 단지들은 큰 폭의 가격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인천지역 재건축아파트의 평균 가격상승률은 8.1%. 이는 인천 전체 아파트 가격상승률(0.5%)의 16배에 이른다. 특히 인천 구월주공1단지 13평형은 한달 전(1억원)보다 30% 오른 1억3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 1억원을 밑돌던 간석주공 17평형도 1억2000만원으로 20% 이상 뛰었다.

광명과 부천의 재건축단지도 최근 한달 사이 값이 각각 6.1%와 1.8% 올랐다.

광명 하안주공1단지 17평형이 2억4000만원에서 2억6000만원대로 뛰어올랐고 부천 중동주공, 수원 매탄주공 등도 평균 1000만원 안팎의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왜 이러나〓부동산전문가들은 일반아파트 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도 지역별로 차별화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앞으로 지을 아파트가 완공된 뒤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닐 것이냐에 달려 있다. 이는 전체적인 집값과 연동한다. 앞으로 집값 상승률이 낮을 것으로 전망되면 현재의 매매가도 조정받는다.

실제 잠실주공 4단지 17평형의 시세는 4억8000만원이지만 34평형으로 이주하려면 6000만원 안팎을 더 내야 한다. 올 초처럼 아파트값이 급등한다면 시세와 추가 부담금(6000만원)을 더한 5억4000만원보다 앞으로 지을 아파트값이 더 높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시장에 냉기류가 흐를 때에는 자칫 손해보기 십상이라는 게 현지의 분위기다.

반면 경기지역은 그간 가격상승률이 낮아 더 오를 여지가 충분해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강세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지금 집값도 낮아 금융비용이 적다는 것도 장점.

부동산 월간지 ‘부동산뱅크’의 김용진 편집장은 “인천과 수원은 지역 내 수요가 많고 아직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광명 부천 의왕 등은 서울 실수요자들에게 매력적인 주거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일대의 투자 전망이 밝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권 월간 아파트 거래량 (단위:가구수)
시기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3월	1,328	3,118	1,666
4월	1,044	1,285	1,390
5월	1,702	845	1,707
6월	861	855	1,355
7월	697	1,319	1,047
8월	1,502	2,292	1,450
9월	1,537	2,259	1,834
10월	731	1,098	1,247

자료:한국토지공사

경기지역 재건축 추진 아파트
지역	재건축 추진예정 아파트
인천	△간석주공(2100가구) △구월주공1,2차(5730가구) △가좌주공1,2차(2630가구) △주안주공1,2차(2970가구)
수원시	△신매탄주공1,2차(4780가구) △인계주공(830가구) △천천주공(1990)
광명시	△철산주공2,3차(2900가구) △하안주공1,2차(3380가구)
부천시	중동주공(2510가구)
의왕시	내손주공1,2차(2230가구)

자료:닥터아파트

고기정기자 koh@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