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형 빌라' 뜬다…틈새상품서 '주력'으로 빠른 변신

공동주택인 아파트와 고급 단독주택인 빌라의 장점을 뒤섞은 ‘아파트형 빌라’가 최근 빠른 속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올해 초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서초구 방배동 등 일부 고급 주택가에서 선보인 뒤 빠른 속도로 서울 곳곳으로 퍼져가고 있는 것.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틈새상품으로 출발한 ‘아파트형 빌라’가 내년부터는 주력 부동산상품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을 정도다.

▽빌라와 아파트의 장점만 모았다〓기존의 빌라는 방 5칸에 고급스러운 화장실과 드레스룸 등을 갖춘 100평형대 호화 주택이 주류를 이뤘다.

분양가가 평당 1500만∼2000만원으로 수요층도 일부 계층으로 제한됐다. 대부분 한 동짜리 ‘나 홀로’ 건물로 지어졌기에 환금성(換金性)도 떨어졌다.

하지만 아파트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사생활 보호 기능은 뛰어난 만큼 전문직 고소득 계층에는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다. 경기 부침(浮沈)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분양도 잘 됐다.

대우건설은 이 같은 점에 착안, ‘아파트형 빌라’를 틈새상품으로 개발했다. 빌라의 장점은 살리되 문제점은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에 따라 건물 1동에 19가구 이하를 들이되 아파트처럼 동일 브랜드를 달아 여러 동을 한 개의 단지처럼 만드는 방안이 나왔다. 환금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단지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입주자의 관리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대우건설 주택사업2팀 김덕기 차장은 “여러 동의 빌라를 한 개의 단지로 묶음으로써 보통 평당 1만원이 넘는 빌라 관리비를 20% 정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을 얻었다”고 말했다.

마감재는 고급 빌라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규모는 60∼80평형대로 줄이고 분양가도 평당 800만∼1200만원대로 낮췄다.

대우건설은 올 1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멤버스카운티 1차’를 분양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에서 11차례에 걸쳐 모두 300가구를 공급하며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틈새상품에서 주력 상품으로 바뀔 듯〓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잇따라 ‘아파트형 빌라’ 공급에 나섰거나 나설 방침이다.

대우건설의 성공에 영향을 받은 탓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서울시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만한 땅이 없기 때문이다.

재건축, 재개발사업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도 건설회사들이 ‘아파트형 빌라’에 관심을 돌리게 하는 원인이다.

울트라건설은 강남구 도곡동과 용산구 효창동에 각각 19가구씩 ‘울트라멤버스’라는 브랜드로 아파트형 빌라를 분양 중이다.

현대건설은 노원구 공릉동에 ‘현대홈타운 스위트’ 134가구, 남광토건은 성북구 성북동에 ‘카이저하우스’ 30가구를 선보였다.

삼성물산과 두산건설도 내년부터는 아파트형 빌라를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방배동과 청담동, 장위동, 후암동 일대에 대한 지역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솔렉스플랜닝’의 장용성 사장은 “정부가 일반아파트나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잇따라 강화하면서 현재 이들을 대신할 만한 마땅한 부동산투자상품이 없는 상태”라며 “내년부터는 ‘아파트형 빌라’가 그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