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내년 확대 경영 안해”

  • 입력 2002년 12월 3일 18시 02분


삼성그룹이 내년 경영 목표를 올해 실적보다 낮추거나 올 수준으로 동결할 계획이다.

3일 삼성에 따르면 최근 국내 소비가 급속히 위축되고 대내외 경기 불안 요소들이 많아 매출, 이익, 투자 등 분야별 내년 경영 목표를 올해 실적치보다 낮추거나 동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이같은 방침은 다른 대기업들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최종안은 이달 중순이 돼야 알 수 있지만 매출, 이익, 투자, 인건비 등 분야에 따라 내년 목표치를 올해 실적보다 하향 조정하거나 올해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올해 그룹 전체 매출액 135조원 안팎, 세전이익은 15조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전망이다. 그러나 이제 ‘잔치’는 끝났다는 것.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설비투자액을 올해 4조8000억원에서 내년에는 4조원으로 16% 줄이기로 했다. 반도체 12라인과 초박막액정화면(TFT-LCD) 6세대 생산라인 등 주력 사업에서 후발 기업들을 따돌리기 위한 투자는 하되 다른 신규 투자는 가급적 줄이겠다는 것. 매출액 역시 임직원의 노력을 총동원해 올해 수준인 40조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지만 이익은 올해(세후 7조원 안팎 예상)보다 크게 줄 것이라는 예상에 맞춰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삼성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핵심 사업을 제외한 부문은 분사와 매각 등 사업 구조조정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에 매출과 이익 등 전체 덩치가 줄어들 수 있다”면서 “경기가 나빠도 사업계획은 으레 늘려 잡는 관행이야말로 기업의 부실을 키우는 고질병”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실제로 실적이 좋았던 올해도 △삼성중공업 역삼동 사옥 매각 △삼성전기 중국 전해콘덴서 사업 매각 △삼성전자 미국 자회사 케이전트 테크놀로지 청산 등 구조조정을 지속해왔다.

삼성은 또한 내년에 인건비를 동결하고 관리비용을 10% 줄이는 등 긴축 경영을 할 계획이지만 핵심 사업과 인재에 대한 투자는 지속하기로 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