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기자의 증시산책]‘치고 빠지기’ 외국인도 애용

  • 입력 2002년 12월 1일 20시 22분


경마장에서 베팅에 자신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승 확률이 높은 말에 돈을 거는 경우가 많다. 우승 확률이 높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우승을 예상해 베팅한 돈이 많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부 조작사’는 이 틈을 파고든다. 마권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우승 확률이 거의 없는 말에 돈을 걸어 확률을 높여 놓으면 다른 사람들이 이 말에 베팅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실제로 우승 가능성이 높은 말에 큰돈을 걸어 많은 돈을 번다.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한 보석가게는 잘 팔리지 않던 ‘터키옥’의 가격을 2배로 올려 골치 아프던 재고품을 모두 판매했다. 보석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관광객들이 ‘싼 게 비지떡이며 비싸면 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심리를 이용한 상술(商術)이었다.

수백만명의 투자자들이 돈 벌려고 ‘죽자살자’의 격전을 벌이는 증시에서도 이런 일이 수없이 일어난다. 큰손(거액 개인투자자)이 대주주나 펀드매니저들과 짜고 특정 주식의 주가를 끌어올려 개미(소액 개인투자자)들이 달라붙으면, 고가에 매물을 쏟아내고 엄청난 차익을 챙기는 ‘작전’이 대표적인 예.

외환위기 이후 한국 증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외국인도 비슷하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국민은행 등 한국을 대표하는 주식도 일정한 가격변동폭(박스권)을 상정한 뒤, 주가가 그 박스권을 밑돌면 사들였다가 웃돌면 팔아 이익을 챙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외국인이 11월중에만 2조원 넘게 주식을 사들여 종합주가지수가 720선까지 올랐다. 2∼9월 5조원어치나 팔았던 것을 감안하면 아직도 매수 여력은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기업이 올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주가는 아직도 싸다는 인식도 많다. 지수가 580에서 720까지 오르는 동안 2조원 넘게 팔았던 개미들은 허탈한 상실감에 시달릴 만하다. 지수가 750선을 넘고 800을 향해 상승하면 ‘홧김’에 ‘사자’에 나서는 ‘매수클라이맥스’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이 산 종목 가운데는 30∼40%가 넘는 수익이 난 주식이 적지 않다는 것이 부담이다. 외국인은 최근 들어 개미들 못지않게 ‘치고 빠지기’에 나선다. 외국인을 무작정 따라하기보다 한 발 앞선 길목 지키기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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